상변선생 [342667] · MS 2010 · 쪽지

2013-03-10 09:56:55
조회수 7,996

삽질 몇 번으로 물이 콸콸 쏟아지지 않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cuttingedge.orbi.kr/0003627882

안녕하세요? 상변선생입니다. 

오늘의 칼럼 제목이 멋있게 안되네요... (다른 때도 그랬긴 하지만요 ㅋ)  그래도 저 거친 제목이 여러분의 수험생활의 앞길에 등대가 되길 바랍니다. 

수험생들을 10년 넘게 가르치면서, 그리고 10년 넘게 카페에서 학생들을 질문을 받으면서 성공하는 학생들과 실패하는 학생들의 차이점을 보게 됩니다. 한 번 보면 몰라도 10년을 보니깐 이게 거의 공식처럼 다가오네요... 

실패하는 학생들 중에는 "겉모습"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무슨 책" 읽어봤다. 나는 "무슨 강의"듣고 있어.... 결국 "무엇"을 공부하는지에 큰 가치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공부를 우물을 파는 것에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우물을 파는 것이 공부하는 것이고, 판 우물에서 물이 나오는 것이 실력이 상승되는 것입니다. 실패하는 학생들이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유명한 우물 지역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물 파면 물이 잘난온데... 내 친구도 그렇게 여러번 시도해도 안됐는데 여기에서 물을 봤데..." "어떤 사람이 여기에서 우물을 파서 홍수가 났다고 하더라..." 등의 이야기를 듣고 그 지역으로 몰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삽을 준비하죠. 여기에서 삽은 학습을 위한 지능을 말합니다. 지능이 다 같지가 않다는 것은 삽의 크기 모양 등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한 번 삽질에도 많은 흙을 퍼낼 수 있고, 다른 사람은 한 번 삽질에 절반밖에 흙을 퍼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삽이 나쁘다고 탓하고 있을꺼라면 공부는 포기하세요. 이미 게임은 진겁니다. 삽이 나빠도 더 열심히 하면 분명히 목표는 이룹니다.) 하지만 실패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삽질을 두 세번 해보고 물이 안나오면 말합니다. "여기 물 안나오는데... 뭐야 다른 사람들 말처럼 물 잘나오는 지역이 아닌가보네... 이번에도 속았나봐... 다른 좋은 지역을 찾아가봐야지..."  그러면서 다른 곳으로 또 옮겨 갑니다. 삽질 두 세번으로 물이 나오면 그게 우물인가요? 우물이 아니라 늪일겁니다. 여러분이 우물의 맑은 물을 보려 한다면 두 세번이 아니라 "물이 나올 때까지" 파셔야 합니다. 그리고 횟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삽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흙을 퍼내야 합니다. 한 번 삽질에 수북한 흙을 담아야 하지만 한번 삽질에 숫가락만큼의 흙을 담는다면 남들만큼 삽질해도 물방울도 못보는게 당연합니다. 

이 부분의 내용을 좀더 세부적으로 말해보겠습니다. 여러 분들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분야의 일을 할 때, 별로 관심 없는 사람이 그 분야를 다루는 정도로 무언가를 하나요? 아니면 오타쿠 소리가 나올 정도로 하나요? 예를 들어보죠. 여러 분이 아이유란 가수를 좋아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이유의 이름과 생김새를 아는 것에 만족하나요, 아니면 남들이 모르는 아이유의 모든것을 알고 싶나요? 여러분이 힘들어 하는 과목에서 여러분들은 어느 정도로 그 과목을 알려고 노력했습니까? 실패하는 학생들은 그냥 이름과 얼굴을 알면 다른 사람들보다 아이유를 잘 알 수 있을꺼라고 착각합니다. 이런식으로는 아이유 오타쿠를 이길 수 없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문장을 주고 공부를 해도 영어를 알고 싶은 욕구가 가득한 학생에게 그 문장은 엄청난 신비로운 이야기를 갖고 있는 세상이 될 것이고, 영어에 관심도 별로 없으면서 그냥 어쩔 수 없이 공부하는 학생에게 그 한문장에서 배울 것은 단편적인 해석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말 원하고 알고 싶다면 한 문장에서도 한시간을 공부할 것이 있습니다. 제가 재종반  첫 수업에서 한 문장으로 한 시간을 강의하는 일이 있거든요.. 그게 불가능한게 아니랍니다.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할 뿐이죠... 

제가 예전에 보석에 빠졌을 때가 있었습니다.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이런게 보석이야" 정도를 아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차이가 없죠. 저는 보석의 경도, 보석의 성분, 보석의 물리적 특성, 진짜보석과 가짜의 차이 등을 책과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서 공부헀습니다. 공부가 너무 즐거웠죠. 탄생석을 외우는 것은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었구요,  보석 구경하는 것은 연예인을 보는것보다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공부하다보니 쥬얼리샵에 있는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들보다 더 전문성이 생기더군요... 쥬얼리샵에 있는 분들은 보석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분이 읽고 있는 이 글의 제 프로필 사진을 보면 빨간색이 동그라미에 눈송이 모양의 6개의 가지가 놓여 있는 사진이 보이실 겁니다. 이것도 보석이란 것을 알고 있었던 수험생이 있을까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스타 루비 라는 보석입니다. 루비를 캐보숑으로 가공을 하면 밝은 빛에 성체가 나타나는 정말 신비로운 보석입니다. 보석에 관심이 없었다면 그냥 알 수 없는 빨간색과 흰색이겠죠. 관심은 이렇게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렇게 하고 싶어서 파고드는 것들에 전문가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이건 우물을 팔때, 하나의 우물을 즐기면서 파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물을 파면서 남들은 알 수 없는 무언가까지 알면서 파는 것입니다. 우물 파는게 정말 재밌죠... 남들이 시키지 않아도 파고 있고, 삽질하면서 혼자서 웃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면 오타쿠죠. 하지만 이렇게 하면 그 분야에서 정말 남들을 범접할 수 없는 전문가가 됩니다. 수학이든, 영어든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죠. 오르비에는 이런 분들이 여럿 있죠. 그래서 남들이 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죠... 삽질을 즐기는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은 무조건 한 우물만 팝니다. 

실패하는 학생들은 절대로 삽질이 즐겁지 않습니다. 마지 못해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삽질은 하기 싫은데 물은 마시고 싶은 이중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서 이 곳 저 곳에 삽만 대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을 삽질의 달인들 (과목의 오타쿠)이 본다면 어떨까요? "밑에 물이 콸콸 쏟아올라올 것이 보이는데, 10미터만 파면 홍수가 날 수 있는데, 왜 저러고 있지?"란 생각이 들겠죠? 그리고 한 마디 하겠죠. "열심히 파세요. 그 밑에 물이 있어요" 하지만 실패하는 학생들은 그 말이 거짓말로 느껴집니다. 아니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죠. 게으른 마음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실패의 길의 반대에는 성공의 길이 있습니다. 글에서 오타쿠란 말을 썼는데, 부정적인 단어라고 생각하지 마시구요, 자신이 못하는 과목에 오타쿠가 되도록 노력해보세요. 삽질을 해봐야 삽질하는 방법도 익혀집니다. 삽질하는 법은 혼자서밖에 배울 수 없구요, 나의 삽에 맞는 방식은 다른 사람에게 맞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삽질을 효율적을 하는 법을 터득하세요. 삽질을 반복하면 삽질을 잘하게 된다는 것은 모두에게 맞는 진리입니다. 물이 나올 때까지 파세요. 물이 나올 때까지 파면 실패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우물을 파면서 물을 본 학생들이 하는 말을 부러워만 하지말고, 또 그말을 듣고 "결과"에만 집중하지 말고 그 학생들이 겪은 과정을 살펴보세요. 내 삽보다 작고 안좋은 삽으로 더 빠르게 삽질을 하고 더 많은 흙을 퍼낸 그 과정에 집중하면 여러 분도 겸허하게 삽질을 계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삽질이란 말이 원래 안좋은 의미로 쓰이지만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란 것을 아실꺼라 생각하며 칼럼이란 이름의 잔소리를 마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