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독해 배경지식 논란에 붙임.
국어 학습에 대한 지식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경지식에 대한 오르비 글은 글 이해가 무엇인가에 대한 단적인 학계의 대립, processing이냐 knowledge냐에 관한 현실세계의 논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학문적 대립은 그냥 둘 다 말이 된다고 하면 실생활에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배경지식을 그냥 지식으로서만 생각해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나 어떤 지문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냥 지식을 쌓을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 나온 것처럼 핵심적인(상식적) 지식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단지 최소한의 지식이 있기만 하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향력 지문에서 위도 또는 자전에 대한 지식이나 경제 지문에서 수요-공급 곡선에 대한 지식은 지문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 지식(배경지식)입니다. 하지만 지문을 잘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모두 그런 지식이 없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식을 갖고 있기만 한다고 해서 다 지문을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지문을 읽는 과정에 그 지식을 처리해야(processing) 지문을 수월하게 또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어 단어를 어휘책을 보고 외웠다가 듣기를 하거나 독해를 하며 만났을 때 그 단어의 의미가 바로 떠오르지 못한 상황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식이 있지만 그 지식이 (long term memory에 들어 있다가) 글을 읽는 독자의 working memory의 장으로 튀어 나와야 합니다. 글을 읽었을 때 그 글이 말하는 바가 자신의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어떤 지식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반사적으로 그 개념 또는 경험 등이 튀어나와(연상) 주어서 글에서 다루는 것과 결합해 주어야 이해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에서 예로 든 단어처럼, 단어의 예문을 잘 봐두면 그 단어를 (말하거나, 듣거나, 읽을 때) 사용하기 편하지만 그냥 단어와 의미만 알아두면 실제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지식을 마구 쌓는 것은 그렇게 공부해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 외에도 그렇게 쌓은 지식을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좋은 학습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지문을 읽으면서 지식을 쌓더라도 그것을 다른 글을 읽을 때 연상하는 연습을 적극적으로 해야 죽은 지식이 아닌, 살아있는 기초 지식으로 독해에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내가 글을 읽으며 떠올렸는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장기기억속의 지식을 독해하는 과정에서 떠올렸더라도 자신은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지문을 읽으며 내가 이 지문에 대해 이런 것이 있지 하고 되돌아 보는 것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지식은 있는지, 정확한지, 곰곰히 떠올려봐야 겨우 떠오르는지 등을 확인해 보는 것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상식, 기초 지식이라고 말하는 배경지식은 글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최소한의 지식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말을 하지만 최소한의 지식이 없어서는 이해 자체가 불가능하며, 사람들마다 지식의 정도는 다르기 때문에 내가 최소한의 지식도 없는지 아니면 괜찮은 정도인지는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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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등학교와서 공부를 아예 안하다가 고3때 정신차리고 수탐만 해서 어떻게 성대...
공감합니다.
논쟁이 벌어지는 글을 좀 더 읽어보니...
독해에 대해 좀 더 공유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몇 가지를 집어 말하자면,
독해 과정에 (또는 독해 능력에) 배경지식이 포함된다는 말은 맞습니다.
허나 학계에서 그리고 제가 말하는 배경지식(background knowledge) 또는 세상사 지식(world knowledge)은 누군가의 글에서 말한 '상식'이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지문이 다룬 전체를 이미 읽어본 적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