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왔다고 [1198527] · MS 2022 · 쪽지

2025-01-30 18:12:57
조회수 1,752

[칼럼] 기하 뉴비들을 위한 안내서 Vol.1 (Feat. 베르테르 19번)

게시글 주소: https://cuttingedge.orbi.kr/00071670622

부제 -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셔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의대왔다고 입니다. 

오늘 칼럼은 기하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고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기하라는 과목 자체가 선택자 수가 적기도 하고, 그럼에도 기하라는 과목을 선택하시는 분들은 이미 기하를 잘 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 칼럼이 얼마나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혹여나 기하를 그저 "재능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막연히 기피하고 계시거나, 미적에 자신이 없어 선택과목을 변경하시고 싶으신 분들이 약간의 힌트를 얻어가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오늘 칼럼은 그런 분들께 초점을 맞춰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나는 미적분 선택자지만, 과외에서 기하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라거나 가르치고 싶다(시급을 올려!) 하시는 분들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그닥 딥한 내용은 나오지 않으니(학문 자체가 딥하지 못합니다) 편하게 읽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난이도가 높은 미적 문제를 풀 때는 

1. 문제 발문을 몇 개의 친숙한 덩어리로 쪼갠 후 

2. 각 덩어리에서 얻어내야 할 단서들을 얻어내서 

3. 이를 조합해 나감으로써 해결합니다. 


기하의 공간도형 문제들도 위와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의 발문을 "쪼개는" 대신, 주어진 입체를 다각도에서 관찰함으로써 저희에게 친숙한 상황들을 관찰하고 이로부터 필요한 정보들을 얻어냅니다. 이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아래 문제를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문제는 기하를 공부해 보셨더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그 악명 높은 "베르테르 77제"의 19번입니다. 


(시작부터 장난질이냐 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지만, 문제를 차근차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 해당 문제가 그닥 빡빡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위 문제를 끝까지 읽었을 때, 다른 조건은 그래도 머리에 좀 상황이 그려지는 방면, 정말로 물음표만 띄우는 발문이 하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아래의 발문이죠.


해당 상황을 주어진 그림에 그대로 표시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걸 그리고 난 다음에 드는 생각은... "대체 어디가 A'T가 최대가 되는 지점일까" 라는 것입니다. 


이 조건을 분석하기가 까다로운 이유는, 선분 A'B'과 점 T가 움직이는 원주가 한 평면 위에 올라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선분 A'B'과 점 T의 자취가 한 평면 위에 있었다면, A'T기 최대가 되는 점 T의 위치는 A', B', T가 한 직선 위에 있을 때가 될 것입니다.


그럼 이제 여기서 멘붕이 옵니다. 저 원주를 A'B'이라는 선을 포함하는 평면상에 정사영시켜서 타원을 만들고... 그게 일직선이 되는... 근데 높이는 또 고려해야 하는데... 머리가 아프죠.



근데 위 문제 상황을 아래와 같이 다른 각도에서 관찰하면 어떨까요?



위 상황을 평면 beta를 밑면으로 두고 관찰한 것입니다. 이 때, 점 A'을 평면 beta 위에 정사영시킨 점을 점 H라고 하면, 위 문제 상황을 아래와 같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H B' T가 한 직선 위에 있을 때 A'T의 길이가 최대가 됨을 직관적으로 쉽게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아래와 같이 (나) 조건을 쉽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밥아저씨가 된 기분이네요)


이제 구하라는 것을 구해서 답을 내보도록 합시다. 구하라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떠한 도형의 다른 평면으로의 정사영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도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이는 나중에 다른 칼럼에서 찾아뵙겠습니다.)


이 때, 주어진 문제 상황을 평면 alpha와 beta가 모두 일직선으로 보이게 되는 각도에서 관찰하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위 그림을 통해 AB와 PQ의 길이가 같고 평행하며, AB와 B'B가 수직함을 이용하여 원래 삼각형 ABB'의 넓이와, 삼각형 ABB'을 포함한 평면과 평면 alpha의 이면각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하는 넓이 S는 아래와 같습니다.



풀이의 사고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오셨다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딱히 있었을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물음표는 생길 수 있는데, 가령 아래와 같은 질문이 생길 수 있죠.


"야 너는 저걸 어떻게 평면 beta를 깔고 볼 생각을 했냐? 역시 기하는 재능이야."



위 생각을 하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저희는 원주 위를 도는 임의의 벡터를 다른 평면에 정사영시킨 벡터를 가지고 최대/최소를 논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못할걸요 애초에)


2. 그럼 A'B'을 원주가 있는 평면 위로 정사영 시켜봐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이 때 A' B'은 모두 고정점이기 때문에 정사영 시켰을 때 기존 문제 상황 대비 동점이 더 늘어나지도 않으며, 저희에게 "친숙한" 그 문제상황이 나타나기 때문에 옳은 방향을 잡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해당 문제의 풀이를 한 페이지에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뭔가 상당히 복잡한 사고 과정을 거쳐간 것 같지만, 막상 저희가 한 일은 주어진 문제 상황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풀이 과정도 막상 계산하고 쓸 건 별 게 없죠. 이게 미적과 비교했을 때 기하의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어진 상황을 3D 모델링 마냥 머리에서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관찰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권하기 힘든 과목인 것 같습니다. 장단이 명확하죠. 


(위 풀이과정을 따라오시면서 요리보고 조리보고 알 수 없는 둘리 둘리 하셨다면 기하런은 지양하시는 게 좋습니다. 뭐 당연한 얘기를 이러고 길게 써 놨냐 하신다면 표점 vs 안정 1을 두고 잘 저울질하셔서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이제까지 기하 문제의 해설은 그림 1개, 약간의 계산, 답으로 이루어진 것이 가장 아름다운 해설이라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 아름다움에 남들이 공감할 수 없다면, 과연 그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논리 과정을 자세히 풀어서 써 본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기하를 사람들이 막연히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잘하는 사람들이 풀어둔 풀이에서 "도통 어떤 흐름으로 사고가 진행되었는지를 읽어낼 수 없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종종 위와 같은 칼럼들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기스퍼거 저 놈의 머릿속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셨던 분들은 한 번씩 들러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미적, 공통 관련 칼럼도 하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생기면 잘 정리해서 들고 와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아요와 팔로우는 사랑입니다. 이 사람이 더 많은 칼럼을 쓸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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