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너 혹시 이렇게까지 선지 분석해봤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퇴근하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국어 매체에서 두문제틀리고 삼반수해야하는 입장인데 솔직히 이젠 운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다 패턴이 있는거겠죠..? (중략) 저는 사실 선지분석을 완전 꼼꼼히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달리 공부하지 않고도 백분위 96~97 정도 나오는 상황이었기에 (중략) 수많은 기출, 사설들을 보며 자주 발견되는 변별포인트, 함정포인트들이 감으로 익혀지긴했지만 세세하게 분석해본 적은 없던 것 같습니다."
라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 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시작해보죠.
#공부하면 성적이 오른다?
2017학년도 수능
ⓐ새로 발견된 금속 M은 열을 받으면 팽창한다는 가설만 가지고는 ⓑ열을 받은 M이 팽창할 것이라는 예측을 이끌어낼 수 없다. ⓒ먼저 지금까지 관찰한 모든 금속은 열을 받으면 팽창한다는 기존의 지식과 ⓓM에 열을 가했다는 조건 등이 필요하다. 이렇게 ⓔ예측은 가설, 기존의 지식들, 여러 조건 등을 모두 합쳐야만 논리적으로 도출된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콰인 지문입니다.
정말 좋은 문장들이라고 생각해요.
자 이걸 가지고 생각해봅시다.
'공부하면 -> 성적은 오른다.'
이 가설을 반박할 사람은 없을 거에요.
너무 당연한 만고불변의 진리니까.
근데 이 '가설'만 가지고는,
공부하면 -> '내' 성적도 오를거다. 라고 예측할 수는 없어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 번째, 내가 옛날에 공부를 줜내 안해서 개노베일수도 있어요.
노베인 학생이 그냥 몇 시간, 며칠 공부했다고 쉽게 성적이 오르진 않아요.
너무나도 당연하게, 옆에 있는 내 친구도 공부를 할거니까요.
두 번째, 내가 공부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공부가 아니었을수도 있어요.
그냥 엉덩이만 붙이고 책상에서 시간만 낭비한거죠.
특히나 공부를 아예 안해본 학생이라면, 더 더욱 올바른 공부방법이 뭔지 모를테니까 그럴 수 있어요.
그니까 정리하자면,
공부해서 -> 내 성적도 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개노베가 아니어야 하고, (저는 여기서 '노베 = 지적인 문제가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그게 아니면 노베가 아닌거에요!)
올바른 방향으로 진짜 공부를 해야되는거에요.
#진짜 공부란 무엇인가?
흠....
그러면
국어에 있어서 진짜 공부라는건 뭘까요?
한번 논리적으로 접근해볼까요?
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1. 지문을 잘 읽는다.
2. 문제를 잘 푼다.
이 두 가지가 있을 겁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별개에요.
'지문 잘 읽으면 -> 무조건 문제를 잘 푼다'는 거짓이구요.
'문제를 잘 풀면 -> 지문도 잘 읽힌다'도 거짓입니다.
에이, 진짜?
진짜요! 우리는 이미 많이 느꼈어요.
지문 이해는 안되지만, 문제는 꽤 잘풀렸던 경험 해봤잖아요.
그리고 문제만 줠래 많이 풀었어도, 지문 독해력이 높아지진 않아요.
자이스토리, PSAT, LEET까지 다 풀어본 친구들도 있을 거에요.
진짜 문제'만' 풀어서 독해력이 높아졌나요?
아니에요.
둘은 별개인 겁니다.
다만 상관 관계는 있어요.
그래서
'지문 잘 읽는 친구가 -> 문제도 잘 푸는 경우가 많다.'가 참인 문장이 되는 겁니다.
#선지 분석 방법을 배워보자!
오늘은 지문 읽는 방법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오래걸리니까,
(그리고 이건 내 수업의 정수이기도 하니까 아껴야지ㅋㅋ)
문제 잘 푸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선지 분석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내가 지문을 잘 읽었다는 전제로 들어갑니다.
선지 분석 꿀팁 1.선지는 반드시 끊어 읽기
한 선지에는 한 개의 정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꼭 의미 단위 위주로 끊어 읽어야 합니다.
예시 문항을 한번 보겠습니다. (저는 아직 하꼬니까 제 예시를 들 수 없어서 너무 아쉽네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아이돌 한분을 예시로 들 수 밖에 없어요... ㅠㅠ. 피어나 사랑합니다...)
사쿠라는 키가 163cm에, 1998년 3월 19일 생에,
화려한 이목구비와 흰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노래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번다. (O/X)
O/X중에 어디에 해당하나요?
(물론 참 거짓을 따지기 위해서는 명제인지 아닌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나도 알아요. 근데 뉘앙스만 읽어봅시다)
꼼꼼히 읽어 본 사람들은 아마 X라고 대답할 겁니다.
제가 사쿠라 양을 정말 응원하고 좋아하는데,
노래 실력이 조금 아쉬워요... (완벽한 사람은 없는 것이니까요. 앞으로 잘할 것이라 믿습니다!!!)
근데 대충보면, O인 것 같단 말이죠? 앞에 정보들이 대충 맞으니까 흘겨보는거에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거 틀리면 뭐라고 할까요?
"아.. 실수다."
그냥 실수라고 생각하고 넘겨요.
근데 다음번에 또 틀리죠.
그때 또 뭐라고 하죠?
"아.. 실수다."
엇, 수학적 귀납법이네요.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선지를 끊어 읽어야 합니다.
선지 분석 꿀팁: 2. 적절한 선지 만드는 방법
지문에서 '말바꾸기'된 선지를 만들어봅시다.
쉽게 말해 같은 말이지만, 다른 표현으로 선지가 만들어진 경우가 있어요.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한번 풀어봅시다.
2018학년도 6월
정답은 O입니다.
유학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통해 성인(聖人)이 되기 위한 학문으로 성학(聖學)이라고도 불린다.
'유학 = 성학 = '성인'이 되기 위한 학문'입니다.
수기치인을 통해 하늘의 도리인 천도(天道)와 합일되는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바로 ‘성인’이다.
'성인 = 천도에 합일되는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며,
'천도에 합일되는 경지에 도달한다 = 하늘의 도리와 합일된다.'입니다.
따라서 성학은 하늘의 도리와 합일된 사람이 되기 위한 학문이 맞습니다.
이렇게 지문을 읽으면서, 같은 말을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정답을 맞힐 수 있는겁니다.
선지 분석 꿀팁: 3. 적절하지 않은 선지를 만드는 방법
예외없이 적절하지 않은 이유는 아래
일곱 가지에 포함됩니다.
• 없는 내용
• 반대로 말하기
• 주체 바꾸기
• 객체 바꾸기
• 선후 인과관계
• 수식어
• 조건
기다려요!
예시랑 같이 차근차근 설명해드릴게요.
- 없는 내용: 내용이 길면 잘라 읽어라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한번 풀어봅시다.
2023학년도 9월
정답은 X입니다.
지문 전체를 다 봐도, 재산이 물건 '한 개'인지 두 개인지 등 개수와 유류분과의 연결 고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를 '없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지문에 없는 것을 선지로 내는 경우인거죠.
이런 경우는 지문을 단순히 읽기만 해서는 풀 수 없습니다. 지문에 없는 정보인데, 끝까지 다 읽는다고 되겠어요?
반드시 지문을 잘라서
"여기도 없군, 저기도 없어, 그니까 적절하지 않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 반대로 말하기: 서술어를 잘 보라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한번 풀어봅시다.
2021학년도 6월
정답은 X입니다.
"ICT 다국적 기업의 활동이 해당 산업에서 자국이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라도 디지털세 도입에는 방어적이다."
지문에서는 '방어적이다'라고 했는데, 선지에는 '주도적이다'라고 하고 있네요.
'반대로' 얘기하네요.
- 주체 바꾸기 : 주어를 잘 보라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한번 풀어봅시다.
2019학년도 수능
정답은 X입니다.
행성이 태양에서 멀수록 공전주기가 길어진다는 점에서 단순성을 갖는 것은
'프톨레마이오스'가 아니라, '코페르니쿠스'였습니다.
'주어'를 갖다가 바꾼거네요?
특히 이런 경우는 비교 대조하는 글에 많아요!
- 객체 바꾸기 : 목적어, 부사어를 잘 보라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한번 풀어봅시다.
2016학년도 수능 A/B
정답은 X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불법 행위를 '벌금'보다 '과징금'으로 제제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목적어'나 '부사어'를 바꿨네요.
특히 이런 경우는 비교 대조하는 글에 많아요!
- 선후 인과관계 : 선후 관계, 인과관계는 꼭 표시하자.
자 이 경우는 케이스가 여러개가 있어요.
1) 선후 관계 자리 바꾸기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한번 풀어봅시다.
2022학년도 수능
정답은 X입니다.
왜곡을 보정하고 -> 하나의 영상으로 합성하거든요.
'선후 관계'가 반대로 됐네요?
2) 인과관계 자리 바꾸기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한번 풀어봅시다.
2023학년도 6월
정답은 X입니다.
'혈전이 형성되어 -> 섬유소 그물이 뭉치는 것'이 아니라,
'섬유소 그물이 뭉쳐 -> 혈전이 형성되어 혈액의 손실을 막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3) 인->과가 안되는 경우
2018학년도 9월
고전논리는 전건 긍정 규칙이 성립합니다.
일단, 고전 논리에서는 참이 아니면 무조건 거짓입니다.
이때 ㉡도 '참(긍정)'이고, P도 '참(긍정)'이면 -> Q는 무조건 참(긍정)입니다.
④ 고전 논리에서, ㉡도 거짓이 아니고, P도 거짓이 아니면 -> Q는 거짓이 아니라 '참'입니다. 얘는 X!
⑤ 고전 논리에서 ㉡도 '참'이고, P도 '참'이면 -> Q는 무조건 '참'입니다. 얘는 O!
LP에서는 전건 긍정 규칙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만약, LP에서 P가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 Q가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이면' 이어도 -> Q는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이 아닙니다. 정확하게 뭔지는 모릅니다.
①LP에서 P가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 Q가 '거짓'이면 -> Q는 모릅니다. 얘는 X!
②LP에서 P가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 Q가 '참인 동시에 거짓이면' -> Q는 모릅니다. 얘는 X!
③LP에서 ㉡이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 P가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이면 -> Q는 모릅니다. 얘는 X!
- 수식어 : 선지에 수식어를 붙여서 헷갈리게 한다.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한번 풀어봅시다.
2016학년도 9월 A
정답은 X입니다.
지문에 따르면 독점은 무조건 나쁜 것입니다.
아무리 생산적 효율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규제는 필수입니다.
- 조건: AND 조건, OR 조건인지 확인하라!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한번 풀어봅시다.
2016학년도 9월 B
정답은 X입니다.
설명이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모두 필요합니다.
1) 설명항에는 보편 법칙의 역할을 하는 명제가 하나 이상 있어야 한다.
2) 선행 조건이 설명항에 하나 이상 있어야 한다.
3) 피설명항은 '건전한 논증'을 통해 되어야 한다.
이들을 And 조건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3)'건전한 논증'을 만족한다고 해서 설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끝
자 이제 끝이 났습니다!
긴 글 읽는다고 고생 많았습니다.
사실 더 있긴한데,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아서요.
일단 이렇게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ㅎㅎ
제 말의 요지는 이겁니다.
이렇듯, 선지를 정확하고 꼼꼼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렇게 선지를 분석하지 않고, 패턴화하지 않고 느낌대로 풀었던 학생들은
아마 대부분은 점수가 들쭉날쭉 했을 것입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앞으로는 이렇게 선지를 패턴화해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좋은 점수 계속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상 긴 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방국어 조은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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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쓴다고 늦어졌어요ㅠㅠ.
도움이 되길 바라며!! ㅎㅎ
지문에서 선지 근거 찾는 행위 45문제*5번 하는 게 수능 국어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십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ㅎㅎ
공감해주시니 너무 기쁘네요ㅎㅎㅎㅎ
저는 학생들이 '빨리 풀기' 위해서는 '대충' 읽는게 아니라 '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덜' 읽으려면 정말 제대로 읽어야 되고, 정확한 논리로 선지로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구구절절 맞는 말입니다 정말
저는 글을 통째로 읽고 이해한 뒤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문제에 필요한 부분만 읽는, 빠르다=필요한 부분만 읽는다 식의 독해를 주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남는다 생각해요. 물론 읽는 속도가 빠른 부분도 어느 정도는 있지만요.
빠르다≠겉핥기로 읽는다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다수인 것 같습니다..제가 빠르게 읽어서 시간이 남는다고 하면 대개 그렇게 훑으면 이해가 바로바로 되냐고 반문하더라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ㅠㅠ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다음 글은 이 관점으로 쓴 해설지 공유 해드릴게요!!
글 너무 좋아요!
선생님 응원의 댓글 감사합니다!!!!!
한의업보다 학원업이 나은가요?
저도 비스무리한 고민중이라서요.
선택의 연유가 궁금합니다.
현재 경희대 한의학-의학 석사도 동시에 진행중입니다. 저는 한의학도 좋아합니다.
근본적으로 공부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죠.
학원업이 더 낫다는게 돈 때문이 아니라, 공부를 한 걸 더 전달하기 적합한 직업이라 선택한 겁니다ㅎㅎ
저는 제 선택이 더 큰 행복을 줄거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글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번 글은 월요일에, 제가 쓴 해설지를 공유하는 글입니다!!
한번 시간재고 풀어보고 내가 지문 읽으면서 한 생각을 적고 답지나 선생님 수업이랑 비교해가며 태도 교정하는건 독해력 올리는데 도움될까요?
국어 4~5 극노베입니다
무조건이죠. 저는 그 방법이 가장 정확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예로 들어봅시다. 우리가 태권도를 배울 때 책을 보면서 독학해서 배우는게 빠를까요, 아니면 태권도 사부님한테 직접배우는게 빠를까요?
롤을 예로 들어봅시다. 내가 10000판을 하면서 스스로 배우는 게 빠를까요, 아니면 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배우는 게 빠를까요?
국어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어를 배우는 건, 단순한 지식을 배우는게 아니라, 능력을 배우는 것입니다. 지문을 바라보는 관점, 문제를 바라봤을 때의 사고 등을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문 읽으면서 한 생각을 적고 답지나 선생님 수업이랑 비교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다만, 지금부터 시간을 재지는 마시고, 충분하게 고민 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글 읽는 속도는 어떻게 높이나요? 많이 읽다보면 빨라질까요 점수가 낮아지고 변동이 커도 정확도보다 시간부터 맞추는게 맞는 방법이라고 들었는데 아떻게 생각하세요?
시간은 많이 읽다보면 빨라집니다.
정확도가 시간보다 훠얼씨이이이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냥 생각이 아니고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이 됐습니다.
더 구체적인 건 화요일에 올려드리겠습니다. 답은 독서론에서 이미 나왔습니다.
힌트를 말씀드리자면 고정과 도약이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