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537476] · MS 2014 · 쪽지

2015-11-18 18: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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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 문학] 핫산과 개미지옥

게시글 주소: https://cuttingedge.orbi.kr/0006852597

외노자였던 핫산은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있다.

나이가 28이나 된 핫산은 심장마비가 올 듯한 가슴을 움켜쥐고 컴퓨터를 켠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는 수능이다.

핫산은 미칠 것 같은 머리 속을 정리하려 애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실검 1위인 수능을 클릭한다.

'답.....답이....'

핫산은 1년을 함께한 메가스터디에 들어간다.

'여기서 또 실패하면 다시 철판 공장이야!'

고향에서 고학력자였던 핫산은 과거를 믿고 수능 공부를 한 것이었다.

고향의 가족들에겐 모든 것을 비밀로 하고, 하루 1끼.

컵라면만 먹으며 공부하는 눈물의 생활을 더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모든 것을 체념하고 공장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핫산은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잡고 클릭한다.

가방에서 허겁지겁 수험표를 꺼내, 뒷면의 가채점 표를 책상 위에 올려 놓는다.

깊게 숨을 들이 쉬고, 시작한다.

'35124... 21...37...5....???????'

핫산은 망치로 머리를 크게 얻어 맞은 것 같다.

'아니야. 내가 분명 마지막에 답을 고쳤던....'

핫산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 하나는 틀린거라고 생각하자... 하나 쯤이야...'

그 때, 다른 목소리가 말을 건다.

'아니야. 너 그거 마지막에 마킹할 때 고치지 않았어? 가채점 표만 그렇게 되어 있는 거야.'

강한 의지력을 지닌 동남아 청년 핫산도, 지금만큼은 두부 멘탈을 가졌다.

'그래.... 맞은 거야.. 맞은 걸로 하자고'

핫산은 지금의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게될지, 전혀 모를 것이다...

어려웠다는 언론의 말과는 달리, 핫산은 국어에서 나름 선방했다.

91... 한국에 온지 2년 된 핫산에게 이 정도 점수는 굉장히 높은 편이다.

핫산 자신도 그것을 잘 아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내 다시 진중한 표정을 짓고 다른 과목을 가채점 한다.

'이제 수학 주관식.... 79... ???'

7과 9를 구분하기 힘들게 쓰는 핫산의 습관이 여기에서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여기서 하나를 더 틀리면....'

핫산은 자신의 글자를 7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캥기는 게 있다.

'9가 아닐까,.... 그럼 난 틀리는 건데'

하지만 또 핫산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자신에 대한 과신! 이것이 자신을 얼마나 잡아먹을지. 핫산은 알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알고 있지만 지금은 신경쓰지 못한다.

핫산은 나머지 과목에서도 괜찮은 점수를 얻는다.

하지만 그의 목표인 의대를 가기엔 약간 부족한 점수다.

'아니야... 다른 수험생들한테 물어보자.. 이 정도면 의대가 될 거야.. 의대가!!!'

하지만 오르비 타임머신과, 진ㅎ사 모의지원은 매정하다.

그에게 낮은 합격 확률만 보여줄 뿐...

무너진 핫산은 수험생 커뮤니티 오르비에 들어가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오르비는 이런 글로 꽉 차 있다.

'제발 이과 라인 좀 봐주세요 ㅠㅠ'

'라인 좀 봐주시면 삼대가 번영할 겁니다 ㅜ'

그런 글에는 댓글이 하나도 달려 있지 않았지만, 핫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이 정도면 지방 의대라도 가능 할까요...?'

초조한 핫상은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누른다.

그렇게 30분 쯤 눌렀을까. 드디어 댓글이 하나 달렸다.

ㅡ와 님, 저랑 점수가 같네요.

핫산은 이내 폭발해버리고 만다.

'난 모든 것을 바쳐서 노력했는데 왜! 왜!! 왜에에ㅔ에!!!'

'그놈으..... 그.. 놈의... 노..력... 노오오오오력...!!! 노오오오ㅗ오옹오ㅗ력!!!!!'

핫산은 결국 울고 만다.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면서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지금 나오기 시작한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그럼 고향의 가족도. 먹여 살ㅡ'

그렇게 핫산은 앞 일을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 세계의 이름은 입시!

그것은 빠져 나오려고 더욱 더 발버둥 치면 오히려 들어가버리는

무시무시한 사회의 개미지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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