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지 마라, 질문하지 마라 (한국 교육 비판)
글을 시작하기 앞서, 미리 주의사항을 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전 절대로 염세주의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여러분에게 자퇴를 하거나 현재 밟고 있는 교육 과정에서 중도 탈락을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 오히려 여러분이 지금 아무리 어렵고 힘든 과정에 있다 하더라도, 결과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해서 완주를 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고등학생때 자퇴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자퇴를 하지 않은 것에 만족합니다.
명문대생을 모욕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 똑똑한 친구들 서울대 많~이 갔습니다. 저는 그 친구들이 참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전 못갔거든요 ㅋㅋ 저는 게다가 한국인들이 멍청하고 무식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미국에서도 1년을 살아본 경험이 있는데, 비판적 사고력이나 창의성에서 결코 미국인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미국인에 비해서 그것을 발휘할 기회가 적어서 잘 안보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제가 먼저 제시한 주의사항을 유념에 두고, 제가 하는 '한국 교육에 대한 비판'을 들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마지막 금요일날 저를 아주! 싫어하시는, 문화학을 전공하고 심리학을 공부하여 현재 제가 수강하는 심리학 수업을 듣는 교수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다양한 공격을 하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저를 자극시켰던 것은
"왜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질의응답'란이나 '댓글'란에 질문을 남기느냐. 그냥 개인 이메일로 하면 될 것을. 남들이 보면 마치 너가 남들을 대표하는듯이 행동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쟤 왜저래' 이런 쑥덕거림이 느껴지지 않느냐. 왜 남들에게 그럴 여지를 주느냐" 라고요. 쉽게 말해서 '나대지 마라' 정도로 이해하였습니다.
제가 다니는 대학 말고도 각 대학마다 수업에 관련되어 공식적으로 올라오는 자료나 교수와의 공개적인 질의응답, 강의계획서 등을 열람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있을 것입니다. 여태까지 저도 한번도 공개된 질의응답 기능을 쓴 적이 없습니다. 제가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아이고 내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는데 남들이 보면 어떡하지? 하면서 항상 개인 이메일로 질문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1학기 초에 어느 학생분(정확히는 스님. 저희 학교는 스님들도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듣습니다)께서 처음으로 공개적인 질의응답 란에 공식적으로 교수님께 질문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이 아래와 같습니다.
정말 질문을 듣고보니 저도 궁금해지는 부분이었고, 또 교수님 입장에서는 매번 학기 초마다 학생들 여럿이 같은 질문을 하는데, 공개된 곳에서 공통질문을 해주시는 덕분에 바쁜 교수님의 일손을 덜어서 좋다는 답변과 함께 질문에 대한 답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제가 느꼈습니다, 아~ 다른 사람들이 궁금할 수 있는 것은 공개된 곳에서 하는게 다른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또 교수님 입장에서는 중복된 답을 하는 수고를 더는 좋은 효용이 있구나!
그 이후에 저는 2~3번 정도 공개된 홈페이지에서 남들도 볼 수 있게, 용기를 가지고 질의응답을 등록했습니다. 말했잖아요 전 많이 소심하고 걱정도 많다고, 그러나 선한 의도를 가지고,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의도로 질문을 한다면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을 하였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개인적이고 학문적인 호기심은 전부 이메일로 적었고, 공적인 내용(시험 성적의 공개에 대한 것이나 홈페이지에서 잘 안보이는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것)만 공개된 곳에 등록을 했습니다.
(이 질의응답을 올리고 교수님의 개인 이메일로도 알렸고, 교수님께서 답변을 해주신 부분을 보고 다시 시간을 들여서 찾아보니 겨우 찾게 되어서, 제가 찾은 내용을 일부러 댓글로 달아두었습니다. 제가 나름 고학년인데도 해맨 것을 생각하면, 남들도 나처럼 해매는 경우가 있겠구나~ 싶어서 질의응답을 삭제하지 않고 일부러 댓글로 보충 설명을 달아두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뭔가 불만이 많이 쌓이셨나본지, 면담 시간에 앞서 말한 내용으로 야단을 치시더군요. 남들을 대표하는 것인마냥 행동하지 마라. 질문들은 개인 이메일로 해라. 왜 남들에게 노출을 하느냐. 남들이 너를 나댄다고 생각할 여지를 왜 주느냐 라고요.
저는 이 공격을 받자마자 바로 생각이 든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바로 버락 오바마가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를 주었을 때, 아무도 감히 손을 들어서 질문을 하지 못하고 옆에서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던 중국 기자가 질문권을 강탈해간 사건입니다.(오바마는 그동안 한국 교육을 극찬하고,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왔는데 아마 이 사건을 계기로 뭔가 크게 깨닫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AjLNefiIGc&ab_channel=%EB%B2%94%EC%96%B4%EC%9D%BC%EB%93%B1
제가 절대로 한국인들이 미국인보다 열등하다거나, 창의성이 부족하다거나, 호기심이 부족하다거나, 지적 능력이 딸린다고 욕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했잖아요 한국 교육에서 극히 드물지만, 여러 사람의 창의성을 모은다거나 난상 토론을 펼칠 때 정말 창의적이고 전혀 상상하지 못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진다고요.
그러나 이런 강력하고 뚜렷한 장점, 창의성, 호기심, 용기, 비판적 사고력, 정서 지능 등을 짓누르고 짓밟고 압박하고 밟아버리는 더더욱 강력한 눈치와 분위기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종종 타인이 저를 평가할 때, 눈치가 없다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그건 절 1차원적으로만 본 굉장히 틀린 평가입니다. 전 눈치를 진짜 진짜 많이 보고 겁도 많고 소심하고 생각도 정말 많이 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질문을 합니다. 제가 질문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제 소심함과 겁을 뛰어넘는 더더욱 강력한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제가 관찰력과 분석력, 눈치가 정말 빠르다는 정반대의 평가를 많이 내립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한국 교육은 입체적인 인간이라는 존재를 단편적으로 보고 낙인을 찍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 또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때 자퇴를 하려 하면서 이런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아, 난 세계로 나아가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경쟁을 해서 이겨야 하는데, 이런 좁은 시각에 갇힌 좁은 사회에서 나의 경쟁력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과연 나는 이 과정을 수료하고 난 이후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이 험난한 세상에서 빛을 볼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자퇴를 하지 않았고, 고등학교도 정상적으로 졸업하고 더욱이 삼수까지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하는 등 현실에 많이 타협을 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한국 대학 입학이라는 기회를 획득했지만, '글을 쓰는게 너무 수험생을 대상으로만 한다, 세상은 넓고 독자들은 다양한데 왜 하필 수험생들을 위한 글만 쓰느냐. 너가 수험생활을 너무 오래 해서 그런거 같다. 니가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인을 대상으로, 일반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쓸 수도 있지 않겠냐' 라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얻는 게 있으니 잃는 게 있는 것입니다.
다만 재수학원에서 수험생활을 보내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질문을 했고, 그 결과로 학습에 대해서 깊은 깨달음을 얻고 <수국비> 또한 집필하였듯이 결코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못하던 수학 성적도 극복을 했고요.
이 말을 듣고 난 이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고등학생때 자퇴를 한창 고민하던 본질적인 저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수험 생활을 오래 하면서 대학 입시라는 굉장히 좁은 곳에 시야를 좁혔다가, 이제 다시 서서히 넓혀가고 있습니다. 공대이지만 다양한 타 학과 전공 수업도 듣고, 다양한 교수님들과 교류하면서 다각도로 세상을 접근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이 힘들기도 했었고, 중간에 코로나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우울증도 얻고 참으로 다사다난했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재미있는 말을 했었는데요, '선전'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고 '선동'은 용기를 전염시키는 것이라고 새롭게 단어를 정의하던데 상당히 재밌더라고요 ㅋㅋ
https://www.facebook.com/watch/?v=926659182252148
그런 의미에서 전 여러분에게 선전 선동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대합니다. 한 개인의 힘으로는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현실이라는 벽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불만족스럽고 고통스럽고 많이 힘들더라도, 자퇴를 한다던지 중도 탈락을 한다던지 현실이라는 길에서 극단적으로 벗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제가 자퇴를 하지 않은 것이 더 좋았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이 여러분을 찍어 누루더라도. 타인이 당신을 훼손하고 분위기가 여러분들로 하여금 압박을 느끼게 하고, 불의로 피해를 주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더 강력한 투쟁 의지와 용기, 의지를 날카롭게 연마해서 맞서 싸우십시오. 현실과 타협하되 안주하지 말고, 시간을 보내면서 기회를 포착하십시오.
큰 급류에 휩쓸렸는데, 무작정 상류로 역주행을 하면 힘이 곧 다 빠져서 죽을 수 있습니다. 현실이라는 급류에 몸을 타면서도 유연하게 샛길로 빠지는 지혜를 활용하십시오. 주역과 사주에서는 사람을 우주의 기운을 받아서 태어난 소우주라고 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여러분도 빛나는 재능과 고유한 특성을 가진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 사회가 잘못된 관념으로 당신을 억까하고, 당신을 가르치는 교수나 선생이 여러분의 존재를 부정하고 부술려고 하더라도 결코 절망에 빠지지 마십시오. 심지어 여러분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 부모님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학대를 하더라도 더욱 튼튼하게 자아를 가다듬고 직시하십시오.
이 말들은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일 뿐만 아니라, 저 스스로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기에 길게 글을 씁니다. 비와이가 제 친척이라고 했잖아요? 비와이도 자기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가사로 작곡한다고 들은 바 있습니다. 저처럼 일기나 글을 써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위안과 용기를 얻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사람들이 인권과 투표권을 정당하게 보편 다수가 얻게 된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무수한 차별과 억압, 세뇌, 학대 속에서도 용기있는 사람들이 피와 땀으로 더 좋은 세상을 남겨준 것입니다.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패배주의에 빠지지 마십시오. 세계가 더 퇴행 할 수도 있겠지만 염세주의에 빠지지 마십시오.
분명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고, 우리는 더 강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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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진단입니다 실제로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한국의 강한 압박 구조, 교육 정책의 한계가 꼽히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 사회에 나가지 않은 햇병아리이고 나이도 적습니다 ㅎㅎ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당장 속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가 아직 더 어리고 무지할 때는 딱딱하고 고집스럽게만 생각했는데요, 조금 더 경험해보니 언급해주신 '유연성'이 중요한거 같더라고요~ 저 혼자만 알고 있기에 아깝다고 생각해서 공유를 해보았습니다. 공감하시는 댓글 감사드립니다
대학교 가셨으면 이제 닭 아닌가욥?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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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전 타고난 반골 기질이 있지만 적당히 불문율에 순응하며 살아가던 중인지라...잘 읽고 갑니다 ㅎㅎ
저도 반골.... 방가방가...
이 글을 읽어보니 어릴때 제가 떠오르네요. 그때는 제가 남들보다 월등하게 지적 수준이 뛰어나다는 것 정도는 직감하고 있을때라, 왜 나는 다를까 생각하면서 평범을 동경했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그 생각이 이상한거같아요. 평범=사회의 인정이라고 생각했던것이 뭔가 웃기기도 하네요 ㅋㅋ
잠깐 미국에서 생활해본 경험이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을 상당히 존중하면서 소중하게 다루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면 한국은... 군대에 가까운거 같더라고요 ㅋㅋ
그리고 저런 행동은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