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at_주머니개미핥기 [1303070] · MS 2024 · 쪽지

2024-03-10 03:05:17
조회수 7,397

칼럼) 2024 수능 국어: 양극화 / 잊잊잊 현장풀이

게시글 주소: https://cuttingedge.orbi.kr/00067556442

(5.2M) [501]

korB_1_mun_16PWY9J3_240308_120753.PDF

안녕하세요! 칼럼을 쓰기 위해서 재르비가 아닌, 삼르비를 하게 된 Numbat이라고 합니다. (합법 삼르비이니 걱정 ㄴㄴ 22수능의 망령이 아직도 여기에...)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2024수능 국어의 핵심은 양극화라고 생각합니다.

표준점수 만점자 수는 2022 수능 28명에서 2024 수능 64명으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표준점수 최고점은 2022 수능 149점에서 2024 150점으로 오히려 높아졌죠.

한 마디로 2024 수능 국어는 2022 수능에 비해서 만점 받기는 더 쉬웠던 시험, 평균은 더 낮았던 시험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저는 2022 수능과 2024 수능을 모두 경험한 입장으로써 두 수능 국어 시험의 결이 완전히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2022 수능은 헤겔, 브레턴우즈 등 비문학의 절대적 난이도가 압도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반면, 2024 수능은 선택과목, 잊잊잊, 할매턴우즈 등에서 특정 유형의 수험생들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들의 격차가 벌어질만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수능 국어를 푸는 방식은 강사들마다, 학생들마다 결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학생 본인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시간의 압박이 있을 때 최대한 많은 문제를 깔끔하게 풀 수 있는, 평소와는 다른 독법을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한테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으로 잊잊잊과 할매턴우즈의 수능 현장 풀이를 복기해보겠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이번 수능 국어를 잘 봤습니다. 구체적인 점수는 나~중에 공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제 풀이를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제 평소 국어 풀이 성향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공식 웩슬러 지능검사 4가지 세부영역 중 처리속도 영역 경계선지능 수준. 치러본 모든 국어 모의고사 중 2209를 제외하면 시간 남아본 적 없음. 고등학교 때 치른 모든 국어 모의고사와 수능 백분위 98 이상. (아마도)

일반적인 시간 배분: 언어와 매체 20분, 독서 25~30분, 문학 25~30분

고1 첫 모의고사 때부터 시간이 부족하여 신들린 발췌독으로 1등급 쟁취. 이후 글을 읽고 이해하며 푸는 풀이를 시도해봤지만 처리속도 능지의 한계를 깨닫고 발췌독 또한 같이 훈련. (고3, 재수 때 정독하는 풀이를 연습해도 시험장에서는 발췌독으로 회귀하고, 정독 풀이의 장점을 전혀 못 느꼈음.) 다만, 소설은 정독하는 습관을 잡음 (하지만 정작 2024 수능 문학 전체를 정독하지 않고 풀었다는 아이러니)

좀 특이 케이스이긴 하죠? 근데, 언어라는 거 자체가 사람들마다의 인지도식이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고 특이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접하는 게 언어 능력을 확장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잊음을 논함 현장 풀이

이 세트 들어갈 때 시계가 9시 30분은 넘었고, 35분쯤이었나? 그랬어서 슬슬 시간에 쫓기기 시작한 기억이 있네요.

문제도 조금 순서 뒤죽박죽으로 풀었는데, 그 순서가 기억이 안 나서 문제풀이 순서는 그냥 무시 바랄게요. 아, 그리고 저는 보통 문학 세트에서 보기를 먼저 봅니다.

잊잊잊에서의 핵심은 필요한 부분만 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못하는 학생일수록 정보량이 많아질 때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더라고요. 뭐가 중요한지 정리를 못할 거면 차라리 안 읽는 게 나아요.


그리고 (다) 지문에서 첨언 하나만 하자면, ‘잊잊잊’에서 이중부정, 삼중부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반의어, 혹은 부정어의 속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매 하신 분들은 정도 반의어, 상보 반의어, 방향 반의어 등등 들어보셨겠지요.


아무튼, ‘잊지 않는 것이 병이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표현을 구조적으로 분리해 보면 ‘잊지 않는 것’이 ‘병이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볼 수 있는데, 일단 앞부분의 ‘잊지 않는 것’은 당연히 쓰일 수밖에 없는 표현이지요. 만약 ‘잊는 것’을 주어로 쓰고 싶다면 대우 명제로 바꿔야 할 텐데(그렇게 되면 더 이상 주어로 올 수도 없겠지요?) 더 복잡해질 겁니다.

‘병이 아닌 것은 아니다’가 이중 부정인 게 문제인데, 이게 과연 ‘병이다’와 같은 의미일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논리어와 일상어의 구분이 명확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 되는데 이는 추후에 기회가 되면 다루어 보겠습니다. (물론 제가 언어학이나 논리학 전공자도 아니라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만......)

‘병이 아닌 것’에 보조사 ‘은’이 붙었죠? 만약 보조사 ‘은’이 아니었으면 ‘병이다’와 같다고 저는 해석할 것 같습니다. 보조사 ‘은’에 대한 해석은 제 주관이 들어간 과해석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문장들을 보시죠.


‘그 선택이 내게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선택이 내게 득이 되지 않는다.’


‘그 선택이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선택이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위의 두 문장의 경우에는 의미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아래의 문장이 더 강한 표현인 것 같죠? (마치 영어에서 조동사 공부할 때 느낌 같네요.)

아래의 두 문장의 경우는 의미가 달라지네요. 흠...딴길로 샌 거 같긴 한데 그냥 참고만 하세요.


아무튼 이중부정을 하게 됨으로써 조금 더 돌려말하는 형태의 화법이 되었는데, 아무래도 글의 내용을 보면 잊지 않는 것이 항상 병인 것은 아니고, 잊어야 할 것을 잊지 않는 것이 병이다 보니 표현을 돌려서 한 게 아닌가 싶어요

......라고 하기에는 사실 그 다음 문장에서 ‘그렇다면 잊지 않는 것이 병이 되고,’ 이러고 있거든요?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하핳

그냥 좀 엿같이 쓴 글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대학글쓰기 수업 때 저런 식으로 글 쓰면 빵점 맞지 않을까요...?

죄송합니다. 우리 선조들 욕하려는 건 아닌데, 순간 짜증이 났어요. 이중부정 커버쳐 드리려고 했는데 도저히 커버가 안 되네요 죄송합니다.



사실 여러분 긴글 안 읽으시는 거 다 알아요. 길게 써서 미안해요 다음에는 짧게 쓸게요. 할매턴우즈 손풀이도 만들어놓기는 했는데, 코멘트를 준비 안 해서 할매턴우즈 풀이는 나중에 올릴게요

옯붕이 여러분 안녕~


PS. 손풀이만 만들어 놓고 귀찮아서 칼럼 올리는 거 미루다가 새르비에 올리게 되네요. 사실 한 번 더 다듬어야 하는 글인데 도저히 귀찮아서 안 되겠어요.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어요.

손풀이는 사진으로도 글에 넣고, pdf로도 첨부할게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