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전 - 고시생 패러디 (오르비 문학)
사생은 녹두골에 살았다. 곧장 관악산 밑에 닿으면, 도림천 앞에 롯데리아가 서 있고, 롯데리아를 향해 창문이 열었는데, 다섯 평 고시원은 추위를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사생은 책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여친이 서점에서 책비닐을 싸서[1] 생활비를 댔다.
하루는 그 여친이 몹시 배가 고파서 짜증 섞인 소리로 말했다.
“오빠는 평생 고시를 보지 않으니, 책을 읽어 무엇합니까?”
사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법학을 익숙히 깨치지 못하였소.”
“그럼 시험삼아 1차 시험이라도 못 치나요?”
“1차 시험은 아직 토익[2]을 통과하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7급 시험은 못 치나요?”
“7급 시험은 나이제한[3]에 걸리는 걸 어떻게 하겠소?”
여친은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1차 시험도 못 치겠다,
7급 시험도 못 친다면, 모의고사 채점[4]이라도 못하시나요?”
사생은 읽던 책에 자를 끼워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곽서[5]로 100회독을 기약했는데, 인제 70회독인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사생은 고시촌에서 서로 알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메인스트림으로 나가서 길거리의 수험생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신림동에서 제일 가는 강사요?”
베리타스[6]의 신씨[7]를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사생이 곧 신씨의 집을 찾아갔다. 사생은 신씨를 대하여 길게 인사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하여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1억원만 대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신씨는 “그러시오.”하고 당장 1억원을 내주었다. 사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베리타스의 강사들이 사생을 보니 폐인이었다. 추리닝바지의 끝단이 헐어 너덜너덜하고,
슬리퍼의 바닥이 다 닳았으며, 쭈그러진 모자에 허름한 티셔츠를 걸치고, 입에서 독한 담배냄새가 났다.
사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1억원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신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한테 무엇을 얻으려 오는 수험생들은 으레 자기 수험경력을 대단히 선전하고,
학설을 많이 아는 것을 자랑하면서도 사례의 핵심을 짚지 못하고, 답안지에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논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요건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며,
판례를 인용하는데 오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시험에 붙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을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1억원을 주는 바에 성명을 물어 무엇하겠느냐?”
사생은 1억원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방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태학관[8] 앞으로 갔다.
태학관 앞은 사시, 행시, 외시 수험생들이 마주치는 곳이자, 온갖 학원과 독서실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기본강의 사례강의며 판례특강 부속법령강의 등의 테잎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사생이 테잎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고시촌이 진도를 못 나갈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사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테잎을 팔았던 수험생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사게 되었다.
사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1억원으로 온갖 테잎의 값을 좌우했으니, 고시촌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번 돈을 가지고 문구점을 순례하며 플러스펜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며칠이 지나면 모든 수험생들이 답안지를 작성하지 못할 것이다.”
사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플러스펜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사생은 늙은 수험생을 만나 말을 물었다.
“고시촌 밖에 혹시 수험생이 공부할 만한 빈 독서실이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술에 취해 서쪽으로 줄곧 몇십분 동안을 비틀거리다 어떤 빈 독서실에 닿았습니다.
아마 삼거리와 신림역의 중간쯤 될 겁니다. 인터넷과 수면침대가 완비된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고,
청소아줌마들이 모여 수다를 떨며, 총무[9]가 사람을 보고도 인사하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합격의 기쁨을 누릴 걸세.”
드디어 289번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가서 그 독서실에 이르렀다. 사생은 옥상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좌석이 천 개도 안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방음시설이 잘 되어 있고 룸이 여럿 있으니 단지 스터디팀은 짤 수 있겠구나."
“텅 빈 독서실에 수험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스터디를 하신단 말씀이오?”
늙은 수험생의 말이었다.
“시험운만 있으면 수험생이 절로 모인다네, 시험운이 없을까 두렵지, 수험생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녹두에 수천의 고시폐인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면학 분위기를 흐리고 고시녀들에게 찝쩍대나 좀처럼 근절되지 않았고,
고시폐인들도 아직 시험에 붙지 못해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사생이 고시폐인들을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한 과목을 한 회독[10] 한다고 하면 한 시간에 몇 페이지씩 읽어야 하지요?”
“한 시간당 열 장이지요.”
“모두 애인이 있소?”
“없소-.-a”
“직장이 있소?”
고시폐인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애인이 있고 직장이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장수생[11]이 된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애인을 얻고, 직장을 얻고, 집을 사고 차를 굴리려 하지 않는가?
그럼 폐인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서는 사람취급을 해줄 것이요,
밤늦게까지 술을 먹어도 카드값을 걱정 안 하고 길이 의식이 요족을 누릴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책살 돈이 없어 못 붙을 뿐이지요.”
사생은 웃으며 말했다.
“밤새도록 술먹고 당구칠 돈은 있으면서 어찌 책값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일 아크로광장으로 나와 보오, 용달에 실은 것이 모두 책을 실은 박스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사생이 고시폐인들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고시폐인들은 모두 그를 미친 x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고시폐인들이 아크로로 나가 보았더니, 과연 사생이 삼만권의 책을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해서 사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팀장님의 지시를 따르겠소이다.”
“그렇다면 어디 너희들이 읽을 수 있는 대로 진도를 나가 보거라.”
사생의 말이 떨어지자 고시폐인들은 앞을 다투어 책에 줄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욕심뿐이지 제 아무리 속독을 잘하는 놈일지라도 백 페이지를 마지 읽지 못했다.
“너희들, 기것 백 페이지도 못 읽으면서 무슨 시험준비를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스터디[12]를 하려고 해도, 수험생들이 같이 밥을 먹는 것도 기피하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헌 책방에 한 권씩 팔아서 독서대 하나, 슬리퍼 하나씩 사가지고 오너라.”
사생의 말에 고시폐인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사생은 몸소 이천 명이 1년 동안 풀 케이스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고시페인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버스에 싣고 그 빈 독서실로 들어갔다. 사생이 고시폐인들을 몽땅 쓸어 가서 고시촌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시간을 쪼개어 스케줄을 짜고, 팀을 짜서 케이스를 공부했다. 시설이 우수하기 때문에 공부가 잘 되어서,
세 해나 다섯 해씩 공부하지 않아도 한 팀에 아홉명 씩 붙어 나갔다. 수만 개의 케이스를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사례집으로 내어 신촌골로 가져가서 팔았다. 신촌이란 곳은 온갖 사립대학들의 고시반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그 곳이 한참 합격률이 떨어져 강의를 다니고 금 100억원을 벌게 되었다.
사생이 탄식하면서,
“인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고시폐인 이천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함께 이 독서실에 들어올 때엔 먼저 합격자들을 배출한 후에 따로 학원을 만들고
고시촌을 새로 건설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땅이 좁고 교통이 불편하니, 나는 인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책장을 넘길 때 침을 묻혀 조용히 넘기고, 한 해라도 먼저 붙은 사람이 후배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합격수기를 남겨놓도록 하여라.”
모 대학 훌리건[13]들의 아이피를 모조리 차단하면서,
“여기가 아니라도 훌리짓 할 데가 있겠지, 학교자랑은 사회에서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동네에서랴!”
했다. 그리고 미모가 빼어난 고시녀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버스에 태우면서,
“스터디팀이 깨지는 것을 막아야 하지.” [14]
했다.
사생은 고시촌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한 수험생들에게 토킹바에서 술을 쐈다. 그러고도 금 10억원이 남았다.
“이건 신씨에게 갚을 것이다.”
사생이 찾아가 신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신씨는 놀라 말했다.
“당신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1억원을 실패보지 않았소?”
사생이 웃으며,
“돈에 의해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강사들 일이오. 1억원이 어찌 합격을 가져다 주겠소?”
하고, 10억원을 신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여친의 잔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책읽기를 도중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1억원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신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연 10%의 비율에 의한 금원[15]만 받겠노라 했다. 사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을 나를 고시식당[16] 주인으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신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사생이 관악산 밑으로 가서 조그만 고시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아줌마가 개를 끌고 엽서를 파는 것을 보고[17] 신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방이 누구의 방이오?”
“사생의 방이지요. 가난한 형편에 책 읽기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5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고,
시방 여친하고 함께 살았는데, 집을 나간 날로 선을 봐서 다른데 시집을 갔지요.”
신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사씨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신씨는 돈을 모두 가지고 그 방에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사생은 받지 않고 거절했다.
“내가 시험에 될 자신이 없었다면 왜 백억원을 버리고 십억원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술이나 떨어지지 않고 라면이나 먹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신씨가 사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신씨는 그 때부터 사생의 집에 술이나 라면이 떨어질 때면 몸소 찾아가 도와주었다.
사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계란은 사오시지 않으셨소?”
하였고, 간혹 심심하면 수족관[18] 앞 벤치에 앉아 고시녀들의 미모를 품평하며 놀았다.
이렇게 몇 해는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신씨가 5년 동안에 어떻게 그렇게 수많은 합격자들을 배출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사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사법시험이라는 제도는 과거의 형식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기득권자들이 개선의 논의는 뒷전인지라, 시험의 경향과 요령만 알면 기본이 없는 사람도 붙는 시험이지요.
무릇, 평균 60점은 굉장히 어려운 점수라 거의 아무도 수석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면과점이랑 커트라인은 거의 차이가 안 나는 까닭에, 한두 과목에서 대박이 나면 나머지 과목에서 40점만 맞아도 시험에 붙을 수 있으니,
이는 보통 생동차를 노리는 방법으로 초시생[19]들이 하는 짓 아니오?
대개 사례 하나 또는 단문 하나만 잘 쓰면 면과를 할 수 있는 까닭에, 사례면 사례 전부, 단문이면 단문 전부,
마치 총총한 그물로 훑어 내듯 할 수 있지요. 강사들의 수많은 요약서 중에 한 가지를 딸딸 외우고,
수많은 사례집 중에 한 가지를 딸딸 외우고, 수많은 단문집중에 한 가지를 딸딸 외우면,
결국 다들 판에 박힌 지식으로 같은 답안지를 써낼 것이매, 이는 수험생들을 바보로 만드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당국자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나라를 고시광풍으로 몰아넣을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1억원을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사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소위 스타강사라고 하는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3시 수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합격운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1억원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운빨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신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법률가들과 법학교수들이 머리를 모아 법률가양성제도를 개혁 하고자 하니,
지금이야 말로 지혜로운 고시생이 팔뚝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당신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황 모씨[20] 같은 분은 외무부에서 국장까지 지낼 만한 인물이었건만
신림동에서 강사로 늙어가고 있고, 이 모씨[21] 같은 분은 지방대 전임강사 자리라도 맡을 실력이 있엇지만,
지금 이재상[22] 형법 주석을 다느라 소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 내가 공부한 것이 족히 3시에서 수석을 할 만하였으되 게임방에서 스타로 날을 지새고 있는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신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신씨는 본래 사개추위[23] 위원장과 잘 아는 사이였다. 위원장이 사개추위를 맡고
신씨에게 고시촌이나 법대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신씨가 사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위원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이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제가 그 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위원장은 비서도 다 물리치고 신씨만 데리고 걸어가서 사생을 찾아갔다.
신씨는 위원장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사생을 보고 위원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사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소주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소주를 들이키는 것이었다. 신씨는 위원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사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위원장이 방에 들어와도 사생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위원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국가에서 똑똑한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사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너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직위에 있느냐?”
“위원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공무원이군. 내가 법률저널[24] 자유게시판의 전문가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대통령께 말씀드려 삼고초려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위원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예비적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예비적“이라는 것은 모른다.” [25]
하고 사생은 외면하다가, 위원장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외국의 제도를 무작정 베끼고 있는 현재의 졸속적인 로스쿨[26] 추진을 잠시 미루고,
법조계와 학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 보다 한국적 실정에 맞는 청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느냐?”
위원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주위적 계책도 안된다, 예비적 계책도 안된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룻, 사법개혁에 성공하고자 하면 민초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서는 안 되고,
선발제도를 바꾸고자 하면 먼저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동떨어진 외국의 학설이나 법대에서 전혀 가르치지 않는 지나치게 실무적인 기술의 출제를 지양하고,
기초적인 법제도에서 심도있는 문제를 출제하고 불합리한 과락제도를 손봐 성실하고 기초가 튼튼한 수험생에게 합격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모범답안과 채점기준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수험생들과 학계의 이의제기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보다 공정한 기준을 세워가려고 노력한다면, 잘되면 사법개혁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요,
못 되어도 욕은 바가지로 들어 먹지 않을 것이다.”
"교수들이 모두 자기 분야만 중요하고 옳다고 하는데, 누가 기본 제도에서 출제를 하고 채점기준을 공개하려 하겠습니까?”
사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법학교수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시험을 볼 능력도 없으면서 심지어 변호사 자격까지 달라니[27],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외국 서적을 베껴 논문이라고 펴내니 그것이야 말로 학부생이나 하는 것이고,
다른 견해를 따라 답을 했다고 과락을 주는 것은 입시부정에 가까운 짓에 지나지 못한데[28],
대체 무엇을 가지고 법률가 양성이라고 한단 말인가? 이제 법률가양성제도를 바꾸겠다 하면서 그까짓 체면에 집착하고,
자기 밥그릇 보전에 급급하면서 딴에 개혁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래도 사법제도를 개혁한단 말이냐?
사법개혁이라는 것이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마땅히 과락[29]을 주어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빨간 펜을 찾아서 그으려고 했다. 위원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창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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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1) 서점 책비닐싸는 알바는 고시촌의 알바계에서 최하계층에 해당한다.
사생 여친의 설정인 서점 책비닐싸는 알바에서 사생의 처지를 알 수 있다. 주 (4) 모의고사 채점알바 항목 참고.
(2) 과거에는 사시에 영어시험이 있었으나 토익 700으로 대체. 듣기에 약한 장수생들의 경우는
아예 1차 시험장에 들어설수도 없게 만들었고, 이는 고시촌에 토익학원들이 몰아닥치는 계기가 되었다.
토익강사 유수연이 이 제도를 이용해 일류강사로 도약한 사례가 있다. 유수연 연봉 10억 ㅅㅂ
(3) 현재는 공무원 시험에서 나이제한 폐지. 이전에 사시를 10년씩 하던 노장들이 시험과목이 비슷한 법무사로 빠지는 사례가 많았으나 이제는 7급도 커다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필자가 아는 서울대출신의 한 처자는 7급을 3년 준비하다 접고 2년전 취직을 하였는데,
그녀가 공부하던 당시에도 서울공대 박사 출신들이 드물지 않게 보였다고 하니,
이제 7급판에서 변리사, 회계사 및 서울공대 박사 출신들이 득시글 거리는 사태를 더욱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필자가 아는 한 과학고 + 모; 공대출신의 처자도 행정고시에서 근 7년간 물을 먹고 나더니 이제 시험을 포기하려고 하는 찰나에
마침 행정고시에서도 나이 제한폐지! 이제 그녀는 시험을 접으려던 기세를 접고 다시 객관식 문제집을 집어들려고 하는데!
왜 이명박은 나이제한을 폐지하여 노장들로 하여금 끝없는 길로 끝없이 내닫게 만드는 것인가!
(4) 신림동 고시학원에서 장수생들을 모아놓고 2차 답안지 첨삭지도 알바를 시킨다. 고시촌 최고의 알바.
참고로 고시촌 알바 순위는 답안지 채점알바 >>>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 학원 강사 연구조교 > 학원 수업 필기알바 >
학원 수업 동영상 촬영알바 > 학원 복사알바 > 학원 칠판닦이 > 고시독서실 총무 >>> 거대한 벽 >>>
서점 책 비닐싸는 알바 = 고시식당 밥퍼.
필자가 알던 한 선배가 1차 시험 치고 나서 2차 시험 치기 3주전까지 온니 학원 채점 알바만을 하고 나서 합격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채점 알바가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 따라서 책 보고 공부하기 지겨운데 돈도 벌고 공부도 하자라는 생각으로 채점 알바 지원자가 쇄도하는 실정이며, 그것은 결국 채점 알바비가 수년간 동결되는 원인이 되었다.
답안지 채점 한장에 정가는 천삼백원. 이러면 감이 안오니까 시급으로 따지면 이천원. "니 공부가 되는데 돈이 문제야?" 라는
당당한 학원의 자세가 감탄스럽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공부가;;;되니까 항상 학원측의 채점자 수급에는 지장이 없는
부동의 고시촌 최고의 알바.
(5) 곽서란 서울대 곽윤직교수의 민법강의시리즈 - 민법총칙, 물권법, 채권총론, 채권각론, 친족상속법 - 를 일컫는다.
곽윤직교수는 대한민국 민법학의 거두라, 곽서는 현직 교수가 색인을 만들고, 현직 판사가 판례를 끼워넣는 책이다.
10년전만 하더라도 신림동에서 곽서를 보지 않는 사람은 없었으나, 판례 위주로 시험경향이 변화하여 현재는 곽서를 보는 사람이 없다.
(6) 신림동 삼대 고시 학원으로 베리타스 (www.veritaslaw.com), 합격의 법학원(구 한국법학원, www.lawschool.co.kr). 한림법학원 (www.hanlimgosi.co.kr)이 있다. 10수년전 "고시공부는 수도하듯이 혼자 하는 것,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논하느냐?" 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고시 학원계에 처음 진입했던 춘추관과 태학관은
이미 그 이름을 역사의 뒤로 한 지 오래이며, 잠시 신호진의 형 신호창이 동생의 재력에 기대어 소수정예학원 렉스아카데미를
시작한 적 있으나 그 역시 문을 닫았다.
각 학원에는 각자 특정 과목의 1위 강사가 있는데, 서로서로 타 학원을 견제하기 위해 수업 진행 순서를 각자 자기 학원의
대표강사가 가르치는 과목부터 시작을 하며, 그 강사를 선택하여 어느 학원에서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 그 학원에서 전 과목을 다 들어야만 하도록 스케줄을 짠다.
사시 2차 기준으로 7과목을 한번씩 훑는데는 4개월이 걸리니, 이로서 고시생의 강의 선택권은 없어진다고 보아야 하지만
고시생에게 무슨 권리;같은건 없다.
또한 저 세 학원은 서로서로 타 학원을 죽이기 위해 인기강사들을 서로서로 빼돌리는 바, 서로서로 타학원 소속 강사들과 이중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서로서로 서로를 고소하고 서로서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및 서로서로 강의금지가처분선고청구를;;;; 하며
다 함께 선의의; 경쟁을 하니, 이는 무척이나 드러운 고시 버전의 현대판 삼국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수많은 사례 중 최근에는 형사소송법 1위 강사 신이철에 얽힌 한림법학원과 베리타스의 이중계약 사례가 발생하였다.
이로서 베리타스 2차 수강생들의 대량 환불 및 한림법학원으로 이동하는 사태가 필연적으로 기대되는 바이다.
한림의 굴욕 -
제목 : 김기홍 강사의 행정법사례 특강 취소에 대한 안내문
9월25일 설강된 김기홍 강사의 행정법사례 무료특강이 취소되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기홍 강사는 2005년 9월부터 한림법학원에서만 행정법 강의를 하기로 9월1일 강의계약을 체결한 후 김기홍 강사의 제안에 의해
무료강의 계획이 수립되었고, 이에 한림 측에서는 대대적인 광고와 무료수강증을 배포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김기홍 강사는
한림법학원과는 일체의 상의도 없이 9월20일경 돌연 베리타스와 강의계약을 이중으로 체결하여 한림법학원은 물론 무료수강을
신청한 수강생들을 기만하였습니다.
김기홍 강사는 9월 한 달 사이에 한림법학원과 베리타스로부터 이중으로 계약금을 받고 행정법 강의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아직도 한림법학원에는 9월25일 설강된 무료사례특강에 관하여 취소여부를 통보하지 않고 본인의 카페를 통해 강의 취소를 통보하는
행태를 보임으로서 수강생과 한림법학원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로 인하여 한림법학원에서는 수강생들의 편의를 위하여 무료강의가 취소되었음을 알릴 수밖에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번 강의의 취소에 대해 한림법학원은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한림법학원에서는 김기홍 강사에게 민ㆍ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무료특강 취소와 관련하여 다시한번 거듭 사과드립니다.
2005년 9월 24일
한림법학원 원장
한림의 역습 -
신이철 박사 형소법 2순환 및 SW-1 강의는 한림법학원에서만 진행합니다. 수강에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
[신이철 박사 상소 무료특강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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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철 형소법 SW-1 강의안내]
- 일정 : 12/22(월) ~ 1/3(토), 총10회, 수요일 제외
- 교재 : 쟁점사례자료(제공)
- 강의시간
오전실강 : (시험)오전8:00~9:00 / (강평)오전9:20~11:00
오후VIDEO : (시험)오후2:00~3:00 / (강평)오후3:20~5:00
저녁VIDEO : (시험)저녁6:40~7:40 / (강평)저녁8:00~9:40
심야VIDEO : (시험)심야10:50~11:50 / (강평)심야12:10~1:50
출처 - 한림법학원 홈페이지 www.hanlimgosi.co.kr
(7) 신호진. 고시 장수생 출신. 현재 부동의 1위 형법강사. 이사람 한명이 그냥 걸어다니는 기업이며,
이사람 한명이 에이급 변호사 한다스의 수익을 창출한다.
십수년전 사시 2차를 세번 떨어지고나서 생계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사시를 포기,
강사를 시작한 신호진은 당시에 오늘의 자신을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인가.
이 사람의 형법요론과 형법판례총정리는 고시에 합격하고 난 사법연수원생들도 탐독하는 탁월한 명저이다.
바로 이 사람. (출처 - 신호진닷컴 www.shinhojin.com)
(8) 혼자 절간에 틀어박혀 공부하던 노무현 스딸을 고시공부 1세대,
대학에서 마련한 기숙시설에 여럿이 모여 함께 공부하던것을 고시공부 2세대라 한다면,
고시학원이 등장하여 주입식 교육이 도입된것을 고시공부의 3세대라고 할 수 있다.
고시공부 1세대가 공부 분량이 많아짐에 따라 도저히 혼자 감당할 수 없어 생겨난것이 고시공부 2세대.
그 시절에는 스터디원 한명은 법원에 한달에 두번씩 찾아가서 판례공보를 훑어 새로 나온 판례를 수집하고,
한명은 국회에 한달에 두번씩 찾아가서 새로 입안된 법률을 수집한다.
또 한명은 각종 법률 논문을 뒤져 학계의 최신 이론을 수집하며,
다른 한명은 교과서 한 권을 주교재로 삼고 거기에 저명한 교과서 여러권을 모아 한권에 그 내용을 단권화시키는 작업을 하며,
마지막 한명은 각 대학 고시반의 모의고사 출제문제를 수집하였다. 따라서 스터디 한 팀의 구성원은 다섯명 정원.
그러나 고시공부의 분량이 압도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고시공부 스터디 팀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생겨난것이 고시 학원이며,
이제 고시공부 2세대 스터디팀이 꾸역꾸역 해오던 저 작업들을 이제 강사와 강사 연구조교들이 해 주고,
고시생은 자료 수천 수만페이지를 받아들고 쪼그려 앉아 꾸역꾸역 외우지 않으면 고시 합격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시스템이 되었다.
어느 고시생이 어느 시간에 법원에 찾아가서 판례공보를 받아오고, 어느 시간에 국회에 찾아가 입법안을 검토하고,
어느 시간에 각 대학 고시반을 훑어다니겠는가. 혹자는 학원 시스템이 등장했다는 것으로 고시공부를 '주입식', '수동적',
'암기위주' 라고 폄하하기도 하나, 이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듯하다.
태학관은 고시공부 3세대의 선두주자격 학원이다. 주 (6) 베리타스 항목 참조.
(9) 고시독서실 총무 알바는 고시촌의 알바 랭킹 중 최하층 바로 위에 버티고 있다. 주 (4) 모의고사 채점알바 항목 참조.
고시공부 10년의 경력 끝에 집에 손 벌리기 난처하여 시작하는것이 독서실 총무이다.
총무란 원래 독서실 이용자들의 불만을 처리해 주는 것인데, 고시생의 불만이란 것을 예로 들자면
"옆자리 사람이 숨을 너무 크게 쉬어요" 라든가 "뒷자리 사람이 책에 줄 치는 소리가 너무 커요" 라든가 "저 사람이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너무 사각가려요" 라든가 따위이니 총무질 하다보면 성격이 어찌 망가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알바시간에 공부도 해보겠다고 시작하건만, 사실 총무 일 하는 시간에 공부하는것은 불가능하다.
세상이 밥을 결코 공짜로 먹여주지 않는 것이거늘.
(10) 교과서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것을 한 회독이라고 한다.
정독에 드는 시간은 초년생 기준으로 한시간에 열페이지이나 경력이 쌓이고 회독수가 쌓이면
시험 전날에는 시간당 200페이지를 훑는 괴력을 발휘하게 된다... 까지만 말하면 고시공부란게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는 않으나,
1차 기준으로 우선 민법 교과서가 2000페이지, 형법 1500페이지, 헌법 1400페이지.
각 과목당 그에 추가로 읽어야 하는 책은 교과서에 필적하는 두께를 자랑하는 판례집 1권에 문제집 1권씩은 기본!
결국 사시 1차를 위해 보아야 할 책의 두께는 무려 2만 페이지에 이르고,
사시 2차를 위해 보아야 할 책의 두께는 물경 5만 페이지에 달하는데! 그걸 한번만;보느냐! 저걸 얼마나 봐야 다 외울수 있느냐!
그러니 시험 전날이 되면 읽는다기 보다 눈에 바른다;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11) 장수생의 문자적 의미는 "고시공부를 오래했지만 계속 떨어져 이미 늙어버린 사람" 이나 그 기준은 애매하다.
'고시공부를 오래'한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 아니면 '늙은'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
고시 공부 15년에 서른다섯이 되어버린 사람을 노장이라고 부른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공대 박사출신으로 30살에 고시공부를 시작한 사람은 그럼 시작하자마자 노장인것인가?
법과대학 1학년때부터 고시공부를 시작해서 스물다섯살에 사시 1차 여섯번 떨어진 경력을 가진 사람은 노장이 아닌것인가?
법대 출신의 경우는 26살부터를 노장, 법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고시판에서는 이를 간략히 줄여 '비법' 이라고 한다)의 경우는
30살부터를 노장이라고 하는것이 통설이다.
노장이라고 취급되면 고시판에서는 개쪽이요, 친척들간에도 면목이 없기 때문에 사적으로 말할때나 합격수기 등에
공식적으로 말할 때를 불문, 반드시 공부한 햇수를 줄인다. 남자의 경우는 군대 가기 전의 시기를 없애고,
여자의 경우는 법과대학을 다닌 경력을 제외한다.
고시 네번 떨어지고 군대갔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2년후 합격한 남자의 경우에는
"군대 갔다 와서 고시공부를 시작해서 2년만에 합격" 이라고 말하며,
법대 1학년때부터 공부를 시작하여 법대 졸업 2년후 합격한 여자의 경우에는
"대학때는 폭넓은 교양을 쌓는데 힘썼고 졸업 후 고시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2년만에 합격" 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본격적' 이라는 단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실제 공부한 햇수는 자기가 말한 햇수에 4년을 더하면 정확하다.
이러한 고시판의 숨겨진 상식을 모르고 대외적인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지 2년만에 합격" 만 굳게 믿고,
직장을 관두고 고시판에 들어온 열혈중년의 경우는 현실을 깨닫는 순간 좌절한다.
하물며 "찌질이도 고시는 2년만에 합격" 하는데 "나는 특별히 우수" 하니까 "7법을 1년만에 마스터"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열혈 로스쿨준비생의 미래는 대체 누가 책임져야하는가.
(12) 현재의 스터디는 이전 고시학원이 없을때의 고전적 스터디와는 많이 달라졌다.
주 (8) 태학관 항목 참조. 현재의 스터디는 간략히 말하자면 사람들이 다 함께 공부하며 궁금한 점을 서로 묻는 것을 말하나,
종류가 다양하여 한마디로 개념짓기는 무리이다.
일반적인 스터디로는 생활스터디(같은 과 동기들처럼 걍 같은 독서실 잡고 같은 수업 들으면서 같이 공부하는거),
밥터디(밥만 같이 먹는거), 모의고사스터디(같이 모여 모의고사를 시간에 맞춰 푸는것),
채점스터디(2차 논술형 시험을 같이 모여 푼 다음에 서로서로 첨삭해주는것),
기상스터디(일어나기 힘든사람들끼리 새벽에 만나서 커피마시고 헤어지는거), 등으로 나눌 수 있으나
이것에 포함되지 않는 이름없이 특화된 스터디도 많다.
예를들면 "밥은 따로 먹고 도서관 앞에서 한시에 만나 30분동안 민법 조문 암송하며 산책하기 스터디" 라든가.
스터디에 참여하기 위해선 일단 여자라야 한다. 남자의 경우는 28살이 넘으면 안되고 반드시 법대를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빨아먹을게 없기때문에 스터디에 끼워주지 않는다.
예를들어 "30살에 고시공부를 시작한 공대출신 남자"의 경우는 그냥 '30살에 고시공부를 시작한 공대출신 남자 스터디'로
특화된 스터디를 모집하는것이 낫다. "남자 둘 있으니 스터디원으로 여자분 둘 모십니다" 같은 스터디 모집 글을 보면
이게 고시판인지 채팅방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사생이 장수생들을 향해 "인제 너희들이 스터디를 하려고 해도, 수험생들이 같이 밥을 먹는 것도 기피하니, 갈 곳이 없다."
라던 일갈이 장수생들의 처지를 대변해준다.
누차 말하지만 30살에 고시공부를 시작한 공대출신 남자의 경우는 고시공부를 시작하는 순간 넌 이미 장수생.
(13) 고대 혹은 성대. 2차 합격생 수 가지고 성대 합격생 수가 고대를 제쳤네,
고대 합격생 수가 서울대를 제쳤네 맨날 싸우는 것을 훌리짓이라고 한다.
(14) 미모가 빼어난 고시녀가 스터디팀에 들어오면 그 스터디 팀은 반드시 깨진다.
고시녀를 놓고 다투다가 깨지거나, 고시녀가 그중 한명과 사귀면서 깨지거나, 고시녀가 그중 한명과 사귀다가 헤어지면서 깨지게 된다. 한번 연애에 실패하면 그해의 고시에는 당연히 떨어지는것.
따라서 미인 고시녀 한명은 보통 열개의 스터디팀을 깨트리고, 50명의 고시생을 장수생으로 만든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15) 민사 재판의 판결문에는 다음의 문구가 정형화되어 사용된다.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제1심 판결선고일까지 연 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걸 이렇게 설명하면 재미가 없는데.
(16) 고시식당은 고시촌에 있는 식당을 말하며, 가장 유명한 고시식당으로는 자하연과 상명이 있다.
부페식을 표방하며 미리 식권을 구매하고 정해진 시간에 식권을 내고 들어가서 밥을 먹으면 된다.
식권 한장은 3000원이지만 할인 문제 때문에 보통은 식권 50에서 100장씩을 미리 사거나 아예 월식권을 끊어서 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 고시식당 밥퍼는 마계촌고시촌에서 최하계층의 알바에 속하여 서점 책비닐싸는 알바와 함께 고시촌의 향 소 부곡민을 구성하고 있다.
고시식당 밥퍼들이 밥통과 반찬통을 나르며 얘기를 주고받는것을 자세히 들어보면 "개인의 주관적 공권에 침해를 가하면 안되지."
"형님 말씀은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데요." "저의 행위에 하자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따위의 기묘한 화법을 구성하니 처음 듣는 사람은 지극히 혼란스러워지지만,
이것은 그들이 고시공부를 십수년간 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생겨난 현상이다.
참고로 고시촌의 모든 서점 책비닐싸는 알바는 사시 2차생 출신이며, 고시식당의 모든 밥퍼 역시 사시 2차생 출신이다.
고시촌의 햄버거장사도, 고시촌의 핫도그장사도, 고시촌의 헌책방장사도, 고시촌의 뻥튀기장사도, 고시촌 호떡장사도,
고시촌 비디오방 알바도, 고시촌 호프집 주인도, 고시학원 원장부터 모든 강사 및 하다못해 복사알바까지도 모조리 사시 2차생 출신이니, 그런 취지에서 고시촌은 진정한 마계촌이 아닐까.
(17) 서울대 입구역, 관악산 및, 녹두 근처등을 배회하며 십수년째 개를 끌고 다니며 엽서를 파는 아줌마가 있다.
요즘에는 몸이 아픈지 찾기 힘들다.
(18) 수족관이란 고시생들이 자주 찾아가서 공부하는 서울대 중앙도서관 제 1 열람실을 말한다.
창문이 크고 넓어 밖에서 구경하기 좋게 생긴 구조를 비아냥거려 속칭 수족관이라고 부른다.
(19) 한번 1차를 붙으면 2차를 두번 연속해서 응시할 수 있다. 생동차란, 1차를 처음 붙은 그 해에 바로 2차까지 붙는것을 말한다.
초시생이란, 1차를 붙고 이제 처음 2차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을 말한다. 2차를 두번째 치르는 사람을 재시생,
2차를 두번 떨어지고 다시 1차를 붙어 세번째로 2차를 치게 되는 사람을 3시생,
이후로 4시 5시 6시 등등으로 숫자가 늘어간다.
참고로 2차를 두번 떨어졌는데 1차를 또 떨어지고 다시 1차부터 시작하는 경우를 해걸이라고 한다.
ex) 2차 두번 떨어지고 1차 또 떨어지고 그 다음 해에 1차를 붙어서 2년만에 2차 시험장에 들어서는 사람 = 해걸이 3시생
(20) 황남기. 동국대 인도철학과 출신, 외시 수석. 그러나 외무부에서는 수석을 동국대출신이라고 폄하하여
인도;;;대사관으로 날려보냈다. 그에 분노하며 갈! 하며 뛰쳐나와 현재 고시촌에서 헌법강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주춤하지만 한때 고시 헌법시장을 천하통일했으며, 그의 강의실에 들어차는 학생은 한타임 오백명을 넘어든다.
그가 이전 한국법학원에서 한림법학원으로 이전할때 이적료가 무려 30억이었다고 한다.
이제 동국대 법대 교수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으니 부와 명예를 다 함께 갖춘 셈.
룸에 중독되어 한번 룸녀에게 꽂히면 500만원씩 팁을 던져주는 대인배로도 유명하다.
(21) 이인규. 부산대 법학박사. 고시학원 형법강사. 한때 신호진과 함께 고시촌 형법시장을 양분한적이 있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신호진의 강의를 듣고 형법에 입문하여, 이인규의 강의를 듣고 형법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대세였으나
현재 판례위주로 출제경향이 바뀌는 바람에 삽시간에 비주류 강사가 되어버렸다.
교수가 되려고 시간강사 10여년을 하다 생활고의 문제로 고시촌에서 형법강의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신림동 고시촌에서 학원강의를 한 경력으로 법대 교수들에게 찍혔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교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법대 교수들이 신림동 강사출신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이유로 상당수의 법대 대학원 다니는 강사들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
고시촌 강사 출신으로 대학 교수가 된 역사는 서경대 정웅석교수가 유일하다.
(22) 이재상. 이화여대 법대 명예교수. 그의 형법총론, 형법각론 교과서는 한때 고시촌을 20여년간 평정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역시 민법의 곽서와 마찬가지로 시험경향의 변화에 의해 밀려난 형국.
그러나 형사소송법에서만은 아직 이재상저가 대세이다.
(23)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약자. 노무현 정권 시절에 로스쿨 도입,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의 굵직한 개혁을 이루어내었다.
(24) http://news.lec.co.kr 법률저널 사이트. 고시생의 디씨.
(25) 전반적으로 세밀하게 법률 용어를 사용한 정교한 패러디가 이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글에서 다소 어색해보이는 한자어가 있다면 모조리 법률 용어. 대표적으로 '예비적'이란 단어는 민사소송법 용어이다.
예비적 청구, 예비적 공동소송, 원고의 예비적 추가, 소송의 예비적 병합 등등. '예비적'의 반댓말은 '주위적'이다.
ex) “주위적 계책도 안된다, 예비적 계책도 안된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26)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법대 4년, 고시 4년,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 변호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과거 시스템에 비하면 법학과목의 시험을 치르지 않고 로스쿨에 진학시킨 후 3년을 공부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은 전문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법학의 체계는 크게 미국법계와 대륙법계로 나뉜다.
미국법학은 기존의 선례를 그대로 따라 판결하며, 대륙법계는 법조문의 해석에 따라 판결한다.
양 제도 하에서 법학 교육에 대한 차이점은 법 체계에 대한 강의가 필요하기때문에 설명은 생략하지만,
대륙법계 나라에서 로스쿨을 채택한 사례는 전부 실패하였다. 로스쿨이 성공한 나라는 오직 미국 하나 뿐.
현재 한국도 대륙법계의 나라. 로스쿨 1년 등록금 3천. 졸업후 5년간 변호사시험 3회 응시 가능.
5년간 변호사 못되하면 등록금 통째로 날리는거. 굿 럭.
(27) 현직 법과대학 교수는 귀족 >>> 중인 >>> 천민 계급으로 나눌 수 있다.
귀족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학계로 돌아온 경우로서,
그 예로 서울대 양창수, 고려대 지원림, 경희대 이시윤, 이화여대 이재상 등을 들 수 있다.
양창수는 판사, 지원림은 변호사, 이시윤은 헌법재판관, 이재상은 검사 출신이다.
참고로 이재상 교수가 검사를 하던 시절은 서슬 시퍼런 군사정권으로, 판사 주제에 중앙수사부 검사의 영장을 기각하면
끌려가서 싸다구를 쳐맞던 시절이었으니, 당시의 사법연수원 수석은 반드시 검찰로 들어갔다.
그 이후 시대가 바뀌어 몇년전까지 사법연수원 수석은 판사를 선호하였으며,
최근에는 대형 로펌으로 바뀌고 있는 것에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중인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을 10년씩 떨어지다가 집이 좀 사니까 유학물을 먹고 돌아와서 법학교수를 하고 있는 경우로서,
그 크고 아름다운 예로 한국외대 이은영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해병대상근출신이 해병대라는 자부심을 평생 안고 살아가는것과 마찬가지로,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수치심을 무덤속까지 가지고 들어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천민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을 10년씩 떨어지다가 군대를 연기하기 위해서 법학 박사까지 국내에서 마치고 나서
고시 공부 계속할 나이는 되지 않아 시간강사로 밥벌이를 하다 결국 순구 국내 출신으로 교수까지 올라간 경우이다.
그 예는 불쌍하니까 생략한다.
여기의 중인 계급은 자신의 꿈을 자식을 통해서라도 실현시키기 위하여 로스쿨을 앞장서서 도입하였으므로
특히 이은영의 경우에는 고시생의 공적이 되어 있다. 이들의 컴플렉스를 반영하는 주장을 한 가지 들자면
①로스쿨의 교육은 실무 교육이 위주가 되어야 하므로,
②로스쿨 교수진은 실무가 출신이 차지해야 하는데,
③로스쿨의 교수진 전부를 현재의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으로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으므로,
④법과대학 교수에게도 변호사 자격증을 주어-_-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
(28) 법학은 논리의 학문인데, 이를 바꾸어 말하면 말싸움의 학문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헌법의 경우는 서울대 김철수교수와 서울대 권영성교수가 본좌인데,
이 둘의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둘은 서울대 복도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민법의 경우는 민법학의 다섯 분야 중 서울대 곽윤직교수가 민법총칙, 물권법, 채권총론, 채권각론의 본좌인데
오직 친족상속법에서만은 경희대 김주수교수가 본좌이다.
이들의 민법 교과서를 보면 대 놓고 책 서문 및 각주에다 상대방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조문해석도 제대로 못하는 궤변론자"라느니, "서울대 곽윤직교수는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터무니없는 소리" 라고 비방하고 있으니, 교과서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하는 것도 메마른 고시생활에 한줄기 쓴웃음을 주는 낙이 아닐까.
교수들간의 알력관계가 무릇 이럴진대, A교수의 교과서로 공부를 해서 그 교과서대로 답을 썼는데
A교수와 원수지간인 B교수가 마침 사법시험 2차 채점위원으로 들어가서
그 답안을 보고 오냐 이새끼 잘걸렸다 과락! 하고 날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 아닐까.
지금은 저런 행태가 없어졌다고 말은; 하는데 그러니까 마치 군대의 구타가; 없어진것과 같다.
최근 43회 형법 대량과락, 45회 행정법 대량과락사태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따라서 고시생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그 해의 사법시험 채점위원이 누구로 선정될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으며,
결국 "경희대 모 교수는 작년에 출제위원으로 들어갔으니까 올해는 안들어갈꺼고 따라서
올해 유력한 출제위원은 성균관대 모 교수니까 그 교수의 책을 사서 그 교수가 좋아하는 논리대로 글을 쓰자."
라는 수험전략을 세울 수 밖에 없는 것을 누가 비난할것인가!
아예 "이도 옳고 저도 옳다." 라는 식으로 두리뭉실하게 써서 모든 교수가 좋아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딱히 싫어하지도; 않을
원만한 답안을 작성하겠다는 수험전략을 세울 수 밖에 없는 것을 또 어느 누가 비난할 것인가!
(29) 한 과목이라도 40점을 넘지 못하면 과락으로 아무리 총점이 높아도 불합격 처리된다.
총점에서는 수석인데 한 과목 과락으로 탈락했다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전해져내려온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의 장승수도 그 케이스에 말려 공부를 몇년 더한 경우.
과락을 가장 많이 때리는 과목 순서는 행정법 >>> 거대한 벽 >>> 형사소송법 > 헌법 > 형법 > 상법 > 민사소송법 > 민법.
45회때 행정법 한 과목에서 무려 전 시험 응시자의 2/3가 과락을 받은 사태는 유명하다.
허생전 패러디ㅋㅋㅋㅋㅋ
은근 웃김ㅋㅋㅋㅋ
본문보다 각주가 지림 ;
연세대 2015모의논술 인문에 나온 허생의 처를 기반으로 한 것 같네요
명작이네요 이거 ㅋㅋㅋ
ㄹㅇ 개명작임ㅋㅋㅋㅋ
와 레전드다 ㄷㄷㄷ 강의중인데 이거 읽고 있었어요 ㅠㅠ
꿀잼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