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차니즘 [915890]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2-10-10 21:50:11
조회수 27,277

칼럼) 수능을 2번 망치면서 얻어낸 삼수생의 ‘시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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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차니즘’입니다.

이 칼럼을 오르비에 개재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오르비에 산재하는 수많은 goat들에 비하면 저의 실력과 학벌은 너무나 약소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능이 다가오면서, 긴 삼수 생활동안 오르비에서 받았던 도움을 돌려줄 때가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내어 칼럼을 올려봅니다.


제가 오늘 풀 내용은 ‘시험을 잘 보는 법’입니다. 수능을 3번 보며 얻은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세 번째 수능은 일을 하는 중에 준비하느라, 100일 정도 밖에 시간이 없었고 공부시간도 턱없이 부족했지만, 이 칼럼에 담긴 방법 덕분에 효율적으로 필요한 점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내놓기 부끄러운 점수이지만, 작수 국어 백분위는 99이고, 비문학에서는 1개 틀렸습니다.) 최고의 실력은 아닐지라도 3등급부터 직접 조금씩 끌어올리며 들인 노력만큼은 진짜입니다.


반응이 좋다면, 올해 수능 예측을 포함한 글들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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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잘 보는 법

구차니즘


2023학년도 수능이 40여일 정도 남았다. 아마 시간이 적다고 느낄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조바심을 느끼고, 미뤄왔던 교재와 자료들을 풀기 위해 무리하게 템포를 올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워낙 급하게 진도만을 빼느라 공부한 것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지 못하기도 한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시기에 집중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시험 잘 보기’이다. 분명 ‘아니, 당연히 시험 잘 보려고 지금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건데 무슨 이상한 소리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시험 잘 보기’를 ‘시험 못 보지 않기’로 이해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좋은 점수를 획득한다는 의미일테고, 좋은 점수를 획득한다는 것은 본인 실력 이상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즉, ‘시험을 못 보지 않는다’는 말은 본인 실력보다 못한 점수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실력보다 못 봤다는 주변 선배들이나 형, 누나들의 아주 흔한 변명이 떠오를 법하다. 그렇다.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많은 수험생이 본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대학에 진학하거나 내년을 기약한다.


‘시험을 잘 보는 것’은 거저 주워지지 않는다. 시험 그 자체를 잘 보기 위한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자신의 실력(지금까지 해온 공부)을 최대한 점수로 환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이런 중요한 와중에, 새로운 것이나 밀린 것을 공부하게 되면, 실력은 늘더라도, 시험장에서 점수로 환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시험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 것일까? 무엇을 위한 시험 전략인지를 상기한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온다. ‘시험을 못 보지 않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시험을 못 본다는 것은 작게는 잔실수를 의미하고, 크게는 시험 자체가 망하는 것을 뜻한다. 잔실수는 당일 컨디션과 평소의 습관 문제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전략의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평소 문제를 풀고, 모의고사를 치르는 와중에 꼼꼼히 발문과 조건, 선택지를 읽는 연습을 해놓은 수밖에 없다. 전략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은 ‘시험을 망치는 않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시험이 망했다고 할까? 내 경험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실력 부족(시간 관리 실패 등)으로 못 푼 문제가 예상보다 많은 경우이고, 두 번째는 잘 푼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틀린 문제가 많은 경우(흔히들 말하는 ‘의문사’)이다. ‘의문사’의 원인은 또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부족한 시간 등으로 인해 날림으로 풀다가 답이 나온 것 같아서 빠르게 넘어갔는데 알고 보니 완전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시험장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함정에 걸리는 경우이다. 사실 전자는 시간 관리 실패나 문제풀이 태도의 문제이므로 시험이 망하는 첫 번째 경우와 다를 바 없다. 문제가 이상하다거나 그 순간에 집중력이 떨어졌었다며, ‘의문사’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본인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시험장을 나와서 다시 분석할 때도 함정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해결책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자신이 걸린 함정의 패턴을 외워버리는 것이다. 특히 평가원 기출(그 중에서도 당해연도 6월, 9월 모의고사)에 등장한 함정 패턴은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함정의 패턴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함정이었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것을 넘어선다. 어떤 상황에서 함정이 쓰이는지를 알고 있어야 하며, 시험을 치는 중 유사한 분위기를 띄는 상황이 오면, 함정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을 정도로 체화해야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국어의 경우 함정은 주로 선택지 구성상의 문제이다. 출제자가 어떻게 오답 선택지를 구성하는지 알고 있는 것은 기출 분석의 기초이다. 수능이 다가오기 전에 올해 6월, 9월 모의고사에서 헷갈렸던 선택지를 다시 한번 분석해보기를 바란다. 한가지 유념할 점이 있는데, 선택지가 어떤 이유에서 옳지 않은 것인지 완벽하게 알기 힘든 경우도 존재한다. 특히 국어에서 문학이 이런 경우가 많은데, 시험장에서 그런 선택지에 시간을 과도하게 써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알고 넘어가는 것으로 충분하다(시간을 뺏는 것이 출제자의 의도이다). 이맘때에 너무 지엽적인 선택지들을 신경 쓰게 되면, 공부 자체가 버거워진다.


함정에 관한 두 번째 해결책은 해결책이라고 부르기 허망한 내용이다. 어떤 함정들은 시험장 내에서 매우 알아채기 어렵다. 평가원이 일부러 그렇게 낸다. 매년 패턴도 달라지고, 출제하는 곳도 달라져서(특히, 속도를 내야 하는 화작이나 매체에서 낸다) 대비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수험생이 인지적으로 혼동할 수 밖에 없도록 교묘하게 선택지를 구성한다. 이렇게 선택지를 오독하게 되면 모든 선택지가 옳아 보이거나, 모든 선택지가 옳지 않아 보여서 답을 찾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최소한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라도 할 수 있으므로 그나마 다행인 편이다. 이것에 대한 해결책은 글의 뒷부분에서 제시할 예정이다(다섯 가지 방법). 이와 달리, 완전 낚여서 어이 없게 틀리는 것의 해결책이 뭐냐고 묻는다면, 무책임해보일 수 있지만 ‘틀릴 각오를 해두는 것이 해결책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현장에서 6월, 9월 모의고사를 치면서 느꼈겠지만, 화작과 매체, 문학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한 문제정도는 어이없게 틀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런 착각은 당일 컨디션이나 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시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다. 모의고사와 기출을 계속 풀면서 많이 낚여보는 것 정도가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정리하자면, ‘함정의 패턴을 파악한 후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과 ‘피하기 힘든 함정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시험을 망하지 않기 위한 시험 전략의 일환이다.


함정에 대한 이야기는 마쳤으니 못 푼 문제가 예상보다 많은 경우에 대해 다뤄보겠다. 못푼 문제가 있는 이유는 보통 난이도가 어렵거나 본인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사실, 난이도와 실력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국어의 경우 난이도가 높으면, 1등급 컷은 80점대에 형성된다. 언매의 6월 모의고사 1등급 컷은 84점이었다. 독서론을 제외한 비문학 3지문에서 3점짜리 문제를 하나씩 못 풀고, 요즘 어렵게 출제되는 추론 문제 등에서 2점짜리 문제 두 개를 틀리고, 문학에서 3점짜리 하나를 틀려도 -16점으로 1등급 컷에 걸린다. 저 문제들을 다 버리고, 가장 적게 등장한 번호로 밀어도 확률 상 최소 한 개는 맞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려운 문제를 버리는 것은 상당히 유효한 전략이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다. 시험을 망하지 않는 방법, 즉 자신의 실력보다 못 보지 않는 전략의 핵심은 ‘풀 수 있는 문제를 모두 풀고, 풀어볼만한 문제는 남는 시간에 도전하고, 못 풀겠는 문제는 찍는 것’이다. 이 훈련이 안 되어 있거나, 잘 보고 싶은 욕구가 너무 큰 수험생들은 점수를 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무시하고 모든 문제에 달려든다. 그러다가 시간이 뺏기거나 말려서 비문학 두 지문 이상을 통으로 날리면서 시험을 망친다. 자신의 실력대를 명확히 인식하고, 시험장에서 시험의 난이도, 그날의 컨디션(집중력과 풀이속도, 남은 시간)에 따라 문제를 가려서 푸는 것은 실력자들만이 펼칠 수 있는 전략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점수의 하방을 안정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점수의 하방이 안정화될 때, 상방을 올리는 시도도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수능 시험의 중대한 특징은 ‘1년에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절대 망해서는 안 된다. 수능을 잘 보고 싶다면, 수능을 망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만약, 실력보다 높은 점수를 원한다면, 점수의 상방에 집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수능 시험보다는 도박에 어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실력을 넘어서는 고득점을 욕심내는 것보다 실력보다 못한 저득점을 경계하는 것이 실력 이상의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


지금까지 시험을 망하지 않는 큰 틀의 전략(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서, 대전제에 걸맞는 세부 전략들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일단, 풀 수 있는 문제를 모두 풀어야 하므로, 시험 시간 내에 시험지를 한 바퀴 돌릴 수 있어야 한다. 즉, 시험 시간과 문제수 등 시험 전체를 수험생이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택과목(화작 또는 언매), 독서, 문학에 적절한 시간을 분배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언어 5문제는 7분 정도, 매체 6문제는 8분정도로 잡아서 도합 15분정도면 매우 잘 푼 편이라고 생각하며 시험에 임한다. 문학 17문제는 갈래 간 구성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고전시가와 수필의 결합은 (문제수+2)분, 연계 현대시와 비연계 현대시의 결합은 (문제수-1)분, 현대소설, 고전소설, 극 등의 산문 작품들은 세트당 (문제수+3)분정도면 시간관리가 상당히 잘 된 편이라고 느낀다. 위 시간들을 더하면, 24분이 되는데 문학에서는 난이도에 따라 30분 미만으로만 사용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만약 어느 정도 숙련된 수험생이 시험장에서 문학에 30분 가까이 사용했다는 것은 크게 말렸거나, 시험의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정도 난이도라면, 숙련이 안 된 수험생들은 아직 문학 중반 풀고 있을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어려우면 다른 사람도 어렵다. 하지만, 문학을 세트별로 세분화하여 시간을 체크하는 것은 연습 때에만 그렇게 하고 시험장에서는 독서에 몇 분을 남기는지에 집중한다.


언매와 문학을 다 풀고 나면, 애매하거나 못 푼 문제는 다소 여유롭게 보아 언어에서 두 문제, 매체에서 한 문제, 문학에서 두 문제이다. (어려운 문제들은 난이도나 헷갈린 정도에 따라 1~3개 별표를 쳐놓는다.) 그런데, 실제 시험장에서 저렇게 파트별로 골고루 어렵게 나올 가능성은 적다. 선택과목이 쉬우면 문학이 할만하고, 문학이 어려우면 선택과목이 비교적 할만하다. 이러한 사실은 수능 당일 시험지를 받아서 직접 풀어보아야만 알 수 있다. 따라서, 파트별 난이도와 시험 전체의 난이도에 따라, 시험의 템포를 직접 ‘컨트롤’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만약 선택과목과 문학이 둘 다 어렵다면, 시험의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의미이다. 독서가 비교적 쉽거나 독서까지 어려운 핵불 국어라는 의미인데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다. 독서가 쉽다면, 이미 멘탈이 너덜너덜해진 다른 학생들에 비해 수월하게 풀 수 있다는 뜻이므로 호재이다. 핵불 국어라도 ‘점수 지키기’ 의 자세로 얻을 수 있는 점수를 확보한 뒤 어려운 문제는 모두 한 번호로 찍어서 몇 개 맞추면, 멘탈이 나가서 폭삭 망해버린 학생들에 비해 상당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수능 시험은 상대평가이다. 자신이 받고자하는 백분위만 버텨내면 된다. (이러한 ‘점수 지키기’ 전략은 최저 등급이 필요한 수시러, 안정적으로 대입을 마쳐야 하는 재수생, 재수는 죽어도 싫은 현역, 국어 점수가 불안한 수험생 등등에게 꼭 필요하다.)


마킹은 개인의 취향인데, 필자는 가채점표는 한 세트 단위(언어/매체/문학 한 세트)로, OMR은 파트 단위(언매/문학) 작성한다. 언어 끝나고 가채점표를 쓰고, 매체 끝나고 가채점표를 쓴 후, 언매 전체를 OMR에 옮긴다. 이렇게 옮기면서, 헷갈렸던 문제가 어디 있었고 몇 문제 정도인지, 남은 시간은 어느정도인지를 판단하여 난이도를 가늠하고 세부적인 시간관리 전략을 짠다. 문학도 한 세트 단위로 가채점표에 써놓고, 문학 전체가 끝나면 OMR에 옮긴다.


이렇게 문학 마킹까지 끝났을 때, 독서에 최소 30분 후반이 남아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독서론은 3분을 목표치로 놓되 실수하면 4분 이상도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놓는다. 독서론을 제외하고 35분은 남아있어야 비문학 3지문을 온전하게 읽을 수 있다. 그 이하가 남아있다면, 비문학 3점짜리 <보기>문제들은 과감하게 버릴 각오를 한다. 이 때부터는 지문 단위로 가채점표와 OMR을 한 번에 작성한다. 앞서 최소 35분을 언급한 이유는 (가)(나)지문은 13~15분, 나머지 두 지문 중 비교적 쉬운 지문은 최소 10분, 어려운 지문은 최소 12분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문을 잘 이해한 것 같고, <보기>문제를 풀 시간이 2~3분 이상 주어지면, <보기> 문제를 풀러 간다. 어디까지나 한번 '시도'해보는 것이고 시간이 너무 들어가는 것 같으면, 정답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선택지들을 정답 후보군으로 좁혀 놓고 과감히 넘어간다. (요즘, 추론형 문항들이 2점짜리임에도 어렵게 출제되는 추세이다. 이럴 때는 오히려 <보기>문제가 쉬울 수도 있다.) 만약 시간관리에 실패하여, (가)(나)지문을 푼 뒤 20분 이하로 남았을 때는, 일단 남은 어휘 문제를 먼저 풀고, 남은 두 지문 중 더 자신 있는 제재의 지문을 푼다. 필자는 화학, 생명, 법 등이 약하고, 기술, 경제 등은 비교적 수월하다. <보기>문제를 버리고, 내용 이해와 내용 일치 문제에 집중한다면, 8분 정도만에도 한 지문을 마칠 수 있다. 나머지 하나 남은 지문도 내용일치 문제에 집중하여 풀어낸다면 한두문제 정도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선택 과목이나 문학에서 못 풀고 넘어간 문제가 많다면 그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적일 수도 있다.) 종료시간이 가까워지면, 시험지를 처음부터 넘기며 가채점표와 OMR카드를 최종적으로 점검한다. 못 푼 문제가 있다면, 유력한 선택지를 확정하거나 못 푼 문제 전체를 하나의 번호로 민다. 그 후 남은 시간에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헷갈렸던 문제나 앞에서 선택지를 좁혀놓았던 문제 하나를 골라서 종료령이 울리기 전까지 도전한다. 여기까지가 필자의 전체적인 시간 관리 전략이다. 개인에 따라 풀이순서, 풀이속도, 어려워하는 분야는 천차만별이므로, 전략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 당연하다. 평소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큰 틀의 전략을 세워놓고, 시험의 난이도와 당일 컨디션에 따라 유동적으로 시간을 분배하며 시험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플랜들을 준비해놓는 것에 집중해주기 바란다. 핵심은 풀 수 있는 문제를 최대한 풀어서, 시험을 망하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관리는 계획처럼 잘 되지 않는다. 주로 한 문제에 시간이 오래 끌리기 때문이다. 시간이 오래 끌리는 경우는 보통 정답인 선택지가 없거나 여러 개라고 생각할 때이다. 즉, 어떤 선택지 하나를 잘못 판단한 것이다. 이때에는 다섯 가지 방법을 빠르게 취해야 한다. 첫째는 발문과 조건으로 돌아가서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적절한 것은?’을 ‘적절하지 않은 것은?’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을 바탕으로 ㉡을 보는 것인데 반대로 생각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는 같은 선택지를 여러 번 읽지 않기 위해 확실히 틀린 선택지를 제외하는 것이다.(뒤에서 나올 ‘(역)손가락걸기’와도 관련이 있다.) 선택지 옆에 X, O, △ 등의 도형표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세 번째는 지문이나 <보기>에서 해당 선택지에 해당하는 근거를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지문에서 해당하는 부분을 손가락이나 펜으로 지시해놓고 지문과 선택지를 번갈아가며 보면서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 네 번째는 선택지의 문장을 끊어가며 다시 꼼꼼히 읽는 것이다. 수식어를 제외하고 주어와 서술어를 중심으로 문장을 다시 읽으면, 오독하고 있던 선택지를 알맞게 이해하게 될 가능성이 생긴다. 답이 안 보일 때는 급해지기보다는, 선택지뿐만 아니라 지문이나 <보기>, 발문 등도 끊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방법은 과감히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방법이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무언가 착각하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다시 돌아와서 새로운 관점으로 보면 답이 보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필자는 정답을 확신하는 정도에 따라 문제번호 옆에 별표를 0~3개 남겨두어서 나중에 돌아와서 다시 보아야 할 문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모의고사나 기출을 풀 때 효율적인 복습과 검토 학습을 위해 문제를 푼 직후 문제의 체감 난이도를 매기던 습관이 남은 결과이기도 하다.) 별표 0개는 답이 거의 확실할 때, 1개는 살짝 찜찜할 때, 2개는 답을 고르기는 했지만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질 때, 3개는 답을 못 골랐거나 사실상 틀려도 이상하지 않은 경우이다. 위 방법들을 통해, 한 문제에서 길게 시간이 끌리지 않게 하는 것도 망하지 않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여기에 더해 시간을 더 단축하여, 풀 수 있는 문제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바로 ‘손가락 걸기’와 ‘역손가락걸기’라고 불리는 방법이다. 문제를 풀어나가던 중, 어떤 문제의 정답이 확실하면, 다른 선택지는 읽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다. 다만, 이 방법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어떤 선택지가 확실하게 답이라고 생각이 들면, 지문에서 명확한 근거를 확인한 후에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다. ‘손가락걸기’는 선택지의 길이가 길고, 사고과정이 복잡한 <보기>문제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앞서 말했듯 안정적인 점수 획득을 위해 어려운 <보기> 문제는 도전한다는 마인드로 임해야 하므로, 고난도 문제에서의 손가락걸기는 매우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이다. 필자는 정답이 확실한데도 ‘손가락걸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수험생의 태만이라고 생각한다. 시험장에서는 1분 1초가 아깝기 때문이다. 한편, 역손가락걸기는 선택지 하나가 애매하고 다른 선택지 4개는 확실하게 맞거나 틀릴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네 개의 선택지 각각의 근거를 지문이나 <보기>에서 명확히 찾은 후에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역손가락걸기’는 상당한 대범함과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기교이다. 모의고사를 많이 풀어보며, 손가락이 잘리는 쓰라린 경험을 통해 ‘역손가락걸기’를 사용한 후 넘어가도 되는 상황의 기준을 세워나가야 한다. ‘역손가락걸기’에 대해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출제자들은 생각보다 자주, 시험장 내에서는 명확하게 틀린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선택지를 출제한다. 이때에는 ‘역손가락걸기’가 제일 효율적이며 안전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점수로 환산할 수 있는 전략을 소개했다. 필자가 제시한 방법들은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타당해 보이는 방법은 취하고, 본인과 맞지 않는 방법은 버리면 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11월 17일 수능장에 가는 그날, 본인만의 시험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생이 걸렸다는 압박감과 예상을 상회하는 난이도 속에서, 수험생 스스로 갈고 닦아온 시험 전략은 수험생을 이끌어주는 유일한 등불이다. 운에 기대서는 안 된다. 시험을 잘 보고 싶다면, 시험을 못 보지 않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때이다.


(밤 새서 열심히 쓴 글입니다. 퍼가실 경우 출처 남겨주세요. / 조만간 올해 수능 국어에 출제가 예상되는 지문 구조 및 출제 패턴, 제재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독서 지문 속 정보의 이해와 처리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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