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는 왜 이 모양인가
ㅈ반고 1등급이 갓반고나 특목고의 4등급보다 수능을 못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고도 교과로 정시로는 못 가는 대학을 가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블라인드 됐다고 학종으로도 가는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해, '학교별 수준차에 대한 보정장치가 전무하다.'
이것이 부조리로 느껴지는 것은 학생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중3 때 지금 아는 것들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걸 알아도 주변에 ㅈ반고가 없으면 갈 수가 없다.
'전학해라', '이사가라' 등은 보편적 적용이 불가능한 미봉책일 뿐이며
제도의 허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언사에 불과하다.
수시는 왜 이 모양일까.
교과전형이나 학종 블라인드 같은 것들을 보고 있으면 어퍼머티브 액션이 떠오른다.
과정의 불평등에 대한 보정장치라는 취지가 아니었다면 이런 제도가 나올 명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 그 '과정의 불평등'이란 존재하는가.
혹은 그것을 보정해야 할 이유가 존재하는가.
ㅈ반고가 ㅈ반고인 이유는 학생의 수준은 물론 교사의 수준까지 낮기 때문이다.
면학 분위기가 희박해 비교적 손쉽게 높은 내신등급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혹은 그런 사람들과 공부하므로, 수능 점수를 잘 받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불평등한가.
ㅈ반고 진학을 개인이 통제하기 어렵고, ㅈ반고 생활이 수능 실력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크다면
그러한 요소에는 불평등의 소지가 있는 것이 되며, 보정장치의 등장은 합리화된다.
이때의 보정장치 역시 학교별 수준차에 대한 것이지만, 그 의미는 앞과는 정반대다.
학교 잘못 만나 실력을 손해봤으니 보정을 해준다는 식의 논리가 숨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 점수가 학교 때문인지, 개인의 역량 때문인지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ㅈ반고라도 수능 대박을 치는 학생이 있고, 내신 치열한 학교에도 정시를 망하는 사람은 나온다.
입학처가 가능세계를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완벽한 보정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제도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학벌주의 때문이다.
애초에 '실력'만 보고 뽑을 거라면 수능 100%가 가장 깨끗하다.
수능은 진짜 능력자를 찾기는 애매해도 능력 부족자를 걸러내기에는 적격인 시험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대학의 기능이 연구자 양성 하나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벌주의가 아직 상당한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사회적 이동의 창구로서도 기능하고 있다.
그래서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지역별 균형이나 계층별 균형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러한 인식은 정당한지를 떠나서 일단 존재하며, 국민 대다수는 수능 1등급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역이나 계층에 따른 보정장치가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고,
주요 대학에서 일반고를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ㅈ반고와 갓반고를 구분해서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개선점은 수능최저 강화인데
샤대 지균의 333최저 같은 것만 안 해도 ㅈ반고의 대다수는 걸러지지 싶다.
뭐 그래도 논란은 끊이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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