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독해할 때 '표시'해야 하는 이유 (1) (공통)
안녕하세요, PraesensN입니다.
저번 두 편의 글에서는 선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을 작성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선지를 분리하여 여러 개의 문장으로 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지 자체의 무게를 비교하여 '널럴한' 선지와 '빡빡한' 선지를 구분한 뒤,
선지의 무게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선지가 아닌 지문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두어,
우리가 지문을 독해할 때 왜 시각적으로 표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고1, 고2 교육청 주관 학력평가 시험에서는 아무런 밑줄이나
표시 없이 눈으로만 지문을 읽고 독서와 문학 문제를 풀었다가,
3학년이 되고나서야 지문에 표시를 하는 타입으로 바뀐 케이스입니다.
물론 평상시에 학원에서 연습하거나 문제를 풀 때에는 나름 밑줄도 긋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접속어에 세모 표시도 하면서 지문 구조를 파악해 보려고 했으나,
독해의 본질이나 표시의 효과를 전혀 모른 채 그저 표시를 하고 읽어야
문제를 잘 풀 수 있다는 의무감으로만 하다보니,
막상 실전에서는 그냥 읽고 풀게 되어버렸습니다.
평소에 가지고 있는 독해력이나 피지컬 그 자체로 지문을 단숨에 이해하고
문제까지 푸는 분이라면 이미 국어 실력이 완성된 것이니 제가 따로 더 드릴 말씀은 없지만,
실전 현장에서는 시험 상황이 주는 부담감이나 압박감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독해력과 자신감이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글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표시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기억'과 '각인'입니다.
실전 현장에서 '국어를 잘한다'라는 것은,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빠르게만 푼다고 해서 잘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시간을 오래 써서 정확하게
정답을 고르는 것을 두고 잘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속도와 정확성 모두를 챙기기 위해서는 지문 독해 이후 문제풀이로 넘어가서,
선지 하나하나를 볼 때 지문의 내용과 근거 문장이 바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숨은그림찾기 하겠다는 생각으로 선지를 보자마자 다시 페이지를 넘겨서
지문으로 돌아가서 '이 내용 어디있지? 이 표현 어디있었지?'
하는 태도는 현장에서는 최악입니다. 절대 안 보입니다. 저도 안 보였습니다...
지문 내용이 이미 '각인'된 상태에서 '기억'만으로 선지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선지를 100% 그렇게 풀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머릿속에 '각인'된 지문 내용으로 얼마나 많은 선지를 풀 수 있느냐에 따라
문제 풀이 시간 역시 단축될 것입니다.
지문에 시각적으로, 명시적으로 표시를 하면,
해당 정보를 두 번 읽는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눈으로 한 번 읽고, 손으로 그 정보에 표시를 하면서 한 번 더 읽게 되는 것이죠.
우리 눈은 표시를 하면서 움직이는 손, 그리고 손이 가리키는 내용을
반드시 따라가서 보게 됩니다.
즉, 직접 손으로 표시하고, 그 표시를 눈으로 한 번 더 보고,
머릿속에 완벽하게 '각인'하면서, 그 내용을 '기억'하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신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며'
-> '신에 의해', '결정' 이 표현 위에 X를 과감하게 표시하면서, 눈에 각인하고 넘어갑니다.
'인간 자신에 의해 완성된다고'
-> 신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면 당연히 인간 자신에 의해 결정되기에, 이 부분을 강조해서
읽을 수 있음과 동시에 신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정보를 한 번 더 복기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표시만 잘해두어도, <보기>문제를 생각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5번 선지 보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보셨다면, 5번 선지를 한 문장으로 슉 읽지 않으시겠죠?
선지를 여러 개의 문장들로 분리하겠습니다.
1) <보기>는 신이 인간 세계에 속해 있다고 봤나요?
2) 에피쿠로스는 신이 중간 세계에 있다고 봤나요?
3) 그렇다면, <보기>는 신의 영향력이 인간 세계 외부에서 온다고 봤나요?
4) 에피쿠로스 역시 <보기>처럼 신의 영향력이 외부에 있다고 봤나요?
지문에 표시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각인'하며 읽었다면,
'신에 의해 결정'에 X표시를 한 기억이 떠오를 것이고,
설령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문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밑줄, 세모, 네모 이런 것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X표시가 보일 것입니다.
신에 의해 결정 -> 여기에 X표시하고, 그 대신에
인간 자신에 의해 완성 -> 이 부분에 밑줄 그은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지문에 표시를 하면서 읽는 첫 번째 이유는 지문 내용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더 나아가 '기억'하고 '각인'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선지 분리
'빡빡한' 선지 Vs '널럴한' 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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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esens가 '현장의', '그 자리에 있는' 이라는 라틴어인데, 정확한 발음은 저도 잘 모르겠네요..ㅎㅎ 현장에서 어떻게 수능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 저 단어를 선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