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3 디지털세 지문으로 점검하는 독해력(낮은 등급을 위한)
6월 모평 국어 지문이해가 어려웠던 분들에게 도움이 될 글을 올립니다.
오답은 25-28 (OIS, DIS 지문)에서 더 많이 나왔지만 지문의 난이도는 29-33이 더 높다고 생각해서 이 지문을 선택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지문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를 설명하겠습니다.
지문 전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글을 이해할 때 필요한 구체적인 독해능력 몇 가지를 짚어드립니다.
만약 국어 등급이 낮거나 독해력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읽어보세요. 자신의 문제를 콕 집어낸 말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 단락이 주는 부담은 내용의 연결성에 관한 것입니다. 첫 번째 단락의 마지막 문장을 제외하면 동일한 내용으로서 특허권과 영업비밀을 비교하며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은 앞에서 말한 특허권과 영업비밀과 같은 지식 재산으로부터 얻는 ‘수입에 대한 과세’라는 새로운 화제를 꺼냅니다.
그래서 두 번째 단락은 세금에 관한 이야기로 접어듭니다. 첫 번째 단락에서 주로 읽은 특허와 영업비밀에 관한 내용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계속 잡고 있어야 하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면 두 번째 단락의 내용에 집중을 못하게 됩니다.
다른 글에서도 설명한 적이 있는데, 앞에서 이해한 내용과 별개의 내용이 길어지면 먼저 읽은 내용을 마음속에서 잃어버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러나 독해력이 좋은 사람은 무관한 내용인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이전 내용과의 관계를 찾아 활용하여 기억하거나, 별개의 내용을 병렬적으로 마음에 남겨두고 새로운 내용을 파악하는 데 힘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첫 단락의 내용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마지막 문장으로부터 시작된 또다른 내용도 분명하게 정리해서 별개의 두 내용이 마음속에 난잡하게 남아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분명하게 정리’한다는 건 각 내용이 설명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해서 마음속에 이해한 바를 명확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충 ‘이런 저런 걸 언급했었어’ 이런 식으로 읽고 넘어가는 습관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해봐야 합니다.
두 번째 단락에서 디지털세가 나옵니다. 첫 번째 문장에 이어 두 번째 문장도 디지털세를 주어로 하고 그에 대해 설명하는데, 문과 학생들 가운데 무엇(주어)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복수의 문장으로 거듭 설명할 때 설명들(문장의 서술어)이 말하는 바를 통합하거나 비교 또는 정교하게 이해하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속에는 ‘디지털세에 관해 말하고 있어’ 밖에 남지 않습니다. 디지털세에 관해 ‘무엇을 말하는지’를 남겨야 합니다. 무엇에 관해(디지털세) 말하는가를 안 다음은 그것에 관해 ‘무엇을 말하는지’에 자동적으로, 신속하게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단락의 경우 ‘디지털세...수입에 부과되는 세금’, ‘법인세...수입에서 제반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이윤에 부과하는 세금’ 이런 내용이 있는데, 디지털세는 ‘ICT 다국적 기업이 거둔 수입’에 부과하고, 법인세는 ‘기업으로부터 걷는 세금’이니까 ‘디지털세⊂법인세’이고 따라서 디지털세의 ‘수입에 부과되는 세금’은 법인세의 ‘수입에서 제반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이윤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보다 상세한 설명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해는 무엇(디지털세, 법인세)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에 집중할 때 가능합니다.
세 번째 단락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입니다. ㉠에서 ‘법인세율이 현저하게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 자회사에 이윤을 몰아주는 방식’이 어떻게 ‘법인세를 회피’할 수 있게 해주는지 설명할 수 있나요? 쉽게 답할 수 있는 분은 이 부분(제 글에서)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단지 글에 ‘법인세율~자회사에 이윤을 몰아~법인세 회피하게 된다’를 기억하려고만 하지 왜,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구하려고 하지 않거나 구하지 못합니다. 보통 국어 등급이 낮은 분들인데, 이런 약점을 해결하지 않고는 성적이 더 상승하기 어렵습니다.
앞 단락에서 디지털세(법인세)가 어떻게 부과되는지를 이해했다면, 그리고 새로 알게 된 지식일지라도 즉시 다른 글 이해에 반영하는 능력이 있다면 ㉠에서 추론을 해서 법인세를 최대한 적게 내도록 부과방식을 악용하는걸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도 이해는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굳이 언급을 하나 하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5등급 전후의 학생들에게서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바로 뒤 ‘예를 들면’ 다음의 내용이 도움을 주기는커녕 혼동스러울 겁니다.
여기서는 단어학습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단락에는 ‘비용’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유인 비용’, ‘접근 비용’ 등입니다. 보통 ‘비용’하면 뭔가를 하기 위해 쓰는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용을 내고 뭔가를 받거나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손해를 비용이라고 합니다. 지식 창출의 유인이 저해되어 지식 진보가 정체됨에 따라 생긴 손해를 ‘유인 비용’이라고 하는 거죠. ‘비용’이라는 단어의 개념으로 알고 있던 것으로는 글에서 말하고 있는 바를 소화하기가 불편합니다.
비용의 개념을 ‘소비된 가치의 크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소비된’은 ‘사용된’ 또는 ‘소실된’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기회비용의 개념도 생각해보면 ‘기회를 갖기 위해 쓴 비용’이 아니라 ‘기회를 갖기 위해 기회와 맞바꾼 가치’니까 ‘비용’이라는 개념이 이런 것임을 알아야겠죠. 즉, 비용이라는 한 단어의 개념과 사용법을 좀 더 확장시켜야 할 필요가 있음을 경험한 것입니다.
독해를 위해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본인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또는 어떤 지문에서 이해가 막혔다면 이 글을 참조하셔서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지문에서 어떤 이해과정을 실패했는지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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