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0-02-18 22: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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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이야기 19편 - 의료전선

게시글 주소: https://cuttingedge.orbi.kr/00027786178





 인간은 인간끼리도 싸워왔지만 동시에 다양한 문제와 싸워오기도 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생존하고 편안한 환경을 이루기 위해 여러가지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해왔는데, 건강과 질병 문제는 과거에 비해서 그 심각성이 더 올라가고 있는 문제입니다.




 의학 분야 자체가 질병과의 대결을 하는 학문이지만, 살짝 주제를 비틀어서 보면 전쟁사에서 등장하는 군의관들도 질병으로부터 아군을 지키는 존재였습니다.




 군대는 특히 질병에 취약한 극한의 환경입니다. 교전으로 심각한 스트레스와 외상이 빈번하고,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이 있으며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생활하기에 전염병도 쉽게 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병을 직접적으로 무기로 활용하기도 하여 과거에는 전염병이 옮은 시체를 적군에게 던져넣는 생물전도 했었습니다.




 군대에서 군의관이라는 존재가 보편적으로 중요해진 시점은 1차 세계대전입니다. 그 이전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 제국이 뛰어난 군의료 체계와 군의관들을 다수 확보했다고 알려져있지만, 로마 멸망 이후 1차 세계대전까진 의학이 심각하게 뒤떨어졌습니다.




 이전과 달리 대량의 인명이 매우 오랫동안 집단생활하며, 성능이 고도로 발달한 병기에 심각한 부상이 다양하게 발생하며 본격적으로 군의관과 효율적인 군의료체계에 대한 수요가 늘었습니다.







https://namu.wiki/w/%EC%B0%B8%ED%98%B8%EC%A1%B1?from=%EC%B0%B8%ED%98%B8%EC%A1%B1%EC%97%BC 

(1차 세계대전에 빈번이 유행한 '참호족'을 진단하는 군의관. 극도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다양한 질병을 야기시켰고 정신병에 대한 탐구가 본격화한것도 1차 세계대전입니다

http://blog.daum.net/pzkpfw3485/2249754 )







 1차 세계대전부터 포병 화력의 발전으로 땅을 아예 갈아엎는 수준의 포격이 가능해지면서, 무방비로 포격에 노출된 군인들은 셸쇼크라 불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았었습니다. 좁은 구덩이에서 장시간 구정물을 밟으며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은 끔찍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기관총이 처음 미국에서 발명된 것도 수없이 많은 부상자와 사상자를 안타까워한 발명가가 이제 인력이 적게 필요하면서 많은 총탄을 뽑아내는 기계를 개발한게 시초인데, 병기공학의 기술발전은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이전까지는 정신병이라는 것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의학계는 ptsd를 앓는 병사를 두려워서 군대를 기피하려고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간주하였고 초기에는 제대로된 처방은 커녕 고문과 비슷한 괴롭힘을 가했다는 안타까운 사실도 있습니다.




 다양한 전쟁 영화에서도 군의관을 모습을 다루었었습니다. <1917>에서는 대대적인 진격 이후 발생한 부상자를 계속 받는 야전 병원, 에서는 독일군 기관총탄이 쏟아지는 해변에서 부상을 당한 병사를 응급처치하는 군의관도 볼 수 있습니다.




 군의관에 대해서 시시한 농담이 하나 있는데, 군의관이 총들고 나가 싸워야 하는 군대는 패배한 군대라고 합니다. 본 역할인 의료 지원을 못하고 군의관까지 극단적으로 전투에 투입되는 군대는 이미 패배한 군대라는 거죠. 그만큼 군의관이 병사를 치료하는 것은 전쟁에 중요하게 기여합니다.








https://twitter.com/photojournalink/status/746304393943867392 

(전장에서 의무병이 1차적으로 제공하는 응급처치는 상처의 악화를 막아주며, 후송으로 이동할 때까지 생존률을 크게 올릴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 에서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집총을 거부하고 전장에서 열심히 아군을 구했던 어느 의무병의 실화를 담고 있습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170223003227 )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군의관 말고도, 의료계 자체는 질병에 맞서 직접적인 전투를 벌입니다. 우리같은 일반인이 상상하기에 병원은 모든 질병에서부터 안전하고, 의사와 간호사들은 절대 몸 아플 일 없는 사람들일꺼라는 상상을 하기 쉽죠. 원래 거기 역할이 그런 거니까.




 그런데 이런 오해는 마치 '군인이 가장 몸도 튼튼하고 좋은 장비로 무장했으니까, 전쟁에서 제일 안전하겠지?' 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좀비영화에서도 보면 가장 먼저 박살나는 곳이 병원이죠.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입원한 환자로 꽉꽉 채워진 곳이니까.




 현대 의학의 기술로도 완벽한 소독은 불가능합니다. 수술 중 발생하는 병균의 침입을 90% 넘게 막을 수는 있지만, 완전한 100% 차단은 안됩니다. 게다가 의사와 간호사는 항상 뭔가 병에 걸린 사람과 마주보는 곳입니다. 심지어 b형 간염에 걸린 환자에게 쓴 주삿바늘에 실수로 간호사가 찔려서, 급히 그 환자에게 a형 간염 진찰도 했었다는 이야기를 어깨 너머로 들은 바가 있네요.




 앞에서 우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항상 분필을 자주 만지고, 분필 가루가 항상 몸과 손가락에 묻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의사들이나 간호사는 질병과 관련된 업무에 항상 노출되었기에 역설적으로 전염에 취약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금 유행하는 우한 폐렴에 의료진도 상당수 감염되었다고 알려져있죠. 우리같은 일반인이야 우한 폐렴 환자를 평생동안 몇번이나 마주하겠냐만은, 그 사람들은 매일 봐야합니다. 요즘처럼 감염병이 대규모로 유행하는 시즌동안 병원은 그야말로 최전선, 격전지입니다. 인간과 질병의 전쟁에서.








(2003년 발발한 사스 유행때도, 8명의 의료진이 사스에 감염되어 '전사'했습니다. 홍콩에서 약 8~9천명이 감염된 환자 중 1/4은 의료진이었습니다.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한 이들이 없었으면 피해는 더 늘었을 껍니다

http://kr.people.com.cn/n3/2020/0205/c203281-9654581.html )






 인간의 몸 속에서 바이러스와 격렬하게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의학계도 질병에 맞서 정면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쟁이 덜 다치고 덜 피해보고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특히 이동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대 인류는 대규모 전염병에 계속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더 격렬해지리라 봅니다.




 지금 중국과 관련된 뉴스를 들어보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조심스럽지만, 제가 보기에는 우한의 의료체계는 완전히 붕괴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자르는 의학 재산에 비해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병원 밖에서 그대로 실려가는 뉴스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환자도 쓰러지지만, 한계에 직면한 의료진도 상황은 비슷할 껍니다. 당장 의료진이 사용할 마스크도 부족하고, 엄청난게 많은 환자를 관리하느라 의료진의 피로와 스트레스도 높으니 다시 바이러스 차단에 구멍이 뚫리고 의학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집니다.




 한국에서 우한 폐렴 방역에 힘을 쏟는 역학조사관과 의료진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뉴스도 보았습니다. 어떻게든 한국에 퍼지는걸 막으려고 신경쓰는 사람들도 이런 수준인데 우한의 의사들은 어느정도로 힘들까 싶습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rare-세종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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