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어떤 모의고사보다도 모의고사같았던 그런 시험. 적어도 나에게는...
저는 올해 처음수능을 본 고3 현역이고요 이글은 수능후기의 취지에는 약간 안맞을수도 있는데요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경어체로 안쓸게요. 자전적인 글이라...
6월 평가원모의고사를 보고나서 성적표가 나오고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말았다.
자연계였던 나는 사실 의약학계열을 목표로 자연계를 택했으나 역시 나에겐 역부족이었다.
원래 공학쪽은 고려도 안해봤기때문에 의약학쪽이 아니면 가고자하는 학과도 없었다.
내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 때 아버지가 인문계로의 전과를 제안하셨다. 난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으나
6월 대성모의를 보고난후 마음을 굳혔다.
그때 부터 사실상의 수능체제로 들어간거나 마찬가지였다.
난 2학년때도 사실 공부를 꽤나 안했던거같다. 원래 내 적성은 문과쪽이었기 때문이기도했다.
근데 그건 핑계일수도 있다.
어쨋든 7월이 되고 방학이 되었다.
그때 난 고등학교를 오고나서 가장열심히했던 날들이었을거다.
내가 사는지역이 교육적인 인프라가 거의 없던지라 집에서 인강만 들었다.
언수외도 사실 기본이 안되있고 사탐까지 해야했던지라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던거같다.
그리고 개학후 시간은 정말 빨리가더라.
9월평가원모의를 보고 나는 생각보다 성적이 잘나오자 살짝 자만에 빠졌던거같다.
그게 문제였다. 그땐 그게 자만인줄몰랐다.
그렇게 9월, 10월이 지나고 어느덧 11월..
하지만 이상하게 긴장은 많이 되진 않았다.
그래서 더 방심을 했던거 같기도 하다.
D-9 이날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조급해졌다.
앞에 숫자가 하나 비어서 그럴까 왠지 실감이 나는듯했다.
살짝 긴장된마음으로 하루하루가 지나고 어느덧 2일전이 되었다.
나는 이제 다음날 공부할것과 수능날 공부할것을 정리해놓았다.
그리고 그날도 학교에서 일찍온뒤 공부를 하려고 자리에 앉았으나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날은 유난히 날씨도 추웠던거같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도 쓸쓸했던거같다.
이제 말로만든던 D-1 뉴스로만 보던 광경이 나에게 벌어지고있었다.
난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했다. 차분하게 내일 가져갈것을 정리하고
11시 쯤에 잠이 들었다. 잠이 안올줄 알았으나 금방 잠이 들었던거같다.
다음날 아침6시 엄마가 날 깨우신다.
내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수능이라는 뭔가 특별한느낌이 있을줄 알았지만
다른날과 전혀 다르지않은 느낌이었다. 일어나서 씻고 밥은 조금만 먹고
집을 나온다. 잘 다녀오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제 시험보는학교에 도착했다. 분위기가 들떠있는 분위기다.
각학교의 후배들이 나와서 응원을한다. 왠지 나를 찍으러온 방송국 카메라도 있을거같다.
교문안으로 들어갈때 우리학교 후배들이 큰소리로 응원을 해준다.
난 순간 소름이 확 돋았다. 눈에 습기가 약간 찼다. 이때가 가장 실감났던거같다.
내가 시험볼 고사장을 찾고 들어갔다. 내가 좀 일찍온지라 한 3명와있었다.
내 자리를 찾고 앉아서 난 차분히 언어영역공부를 살짝했다.
긴장은 거의 안했고 머리도 맑았다.
안내방송같은게 나오고 좀있다 감독관들이 들어온다.
한명은 남자고 한명은 여자다.
두분다 인상도 좋아보이고 친절하셨다.
샤프와 사인펜이 지급되고, 어? 샤프가 파란색이네 이런생각이 문득났다.
어쨋든 답지가 지급되고, 시험지가 나오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시험이 시작된다.
술술 풀린다. 내가 생각했던거보다 시간이 모자르지 않았다.
1교시 종이 울리고 난 대박난줄알았다.
기분좋게 쉬는시간을 보내고 2교시 수리영역이 시작되었다.
8번정도 까지 무난하게풀고 주관식부터 풀기로했다.
주관식도 무난히 풀렸다. 다시 객관식으로 넘어온다.
생각보다 시간이 모자른다. 난 당황하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그런지
생각이 정리가 안되고 이문제가 뭘 요구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미치겠다. 정신없이 남은 문제를 풀었다. 꽤 많은 문제를 찍었다.
시험이 끝나고 정말 기분이 별로였다.
친구들과 밥을 먹는데 수리가 평소보다 쉬웠댄다. 더 미치겠다.
어쨋든 밥을 조금 남기고 평소와 같은 리듬을 유지하기위해
양치도 하고 외국어시험 준비를 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나고
3교시가 시작되었다. 듣기를 하는데 그리 어렵지않았다.
다만 스피커가 적응이안되서 그런지 1번을 잘 못들었다.
이제 독해를 풀기시작했다. 계속 풀면서 난이도가 어렵단생각은 안했다.
하지만 시계를보니 10분남았다. 문제는 많이 남았다.
또 당황했다. 여기서 당황하면 망할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했다.
침착해지자. 냉정해지고 차가워지자. 이런 생각들을 했다.
10분이 정말 1분처럼느껴졌다. 시험이 끝나고 체력은 완전 바닥났다.
머리는 어질어질했다.
시험이 어려웠다는 자기합리화를 하고 자리에 앉아 사탐 공부를했다.
하지만 집중력이 거의 제로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수능이라는 떨림과 긴장은
찾아볼수 없었다. 그냥 붕떠있는 느낌만 들었다. 그게 문제였던거같다.
아무튼 쉬는시간에 윤리만 대충보고 4교시 예비령이 울린다.
감독관이 세명이 들어온다. 살짝당황했으나 별로 상관없었다.
봉투에서 윤리 시험지를 꺼내고 시험을 시작한다.
내가 집중력을 상실해서인지 수능스타일로 공부를 안해서인지
문제들이 왜이리 어색한지... 같은 기관에서 낸다는 평가원 모의고사를 풀때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사탐에서 시간이 부족한적은 없었으나 시간에 압박이 오기시작했다.
그냥 정신없이 세과목을 풀고 마지막 과목을 풀려고 대기중이었다.
이거만 풀면 끝이라는 생각때문일까 또 기분이 이상해졌다.
마지막과목인 사회문화를 풀기 시작했다.
사실 사회문화는 별로 공부를 안했다.그래서 맘편히 풀기로했다.
이상하게 잘풀렸다. 시험 종료령이 울리기 5분전 마킹까지 끝내고 대기한다.
다 끝났다는 허무함과 지난 3년이 스쳐간다.
종료령이 울린다. 우리반에 있던 애들은 끝이라며 좋아한다.
나의 기분은 뭘까? 정말 이상한,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냥 아주 긴 꿈을 꾼 것만 같았다. 홀가분한 느낌도 없고 별로 기쁘지도 않았다.
교문앞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이런 얘기를 나눴다.
정말 그냥 다른학교와서 모의고사본거같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수능이 이런거구나 끝나고보니 별거아닌거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오르비에 들어왔다.
채점을 먼저 해야했으나 떨려서 못했다. 오르비에 들어오니
희비가 엇갈렸다. 언어는 대박이라고 생각했으나 약간 실망이고 수리는 나만 못본줄알았으나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바로 채점을 해보기로 했다.
정말 그때의 기분을 잊을수없다. 손이 후들후들 떨린다.
자동채점은 더 떨릴거같아서 수작업으로 하기로했다.
채점을 끝내니 정말 착찹해진다. 씁쓸하고 뭔가 계속 여운이 남는듯한 그런느낌...
그렇게 꿈같은(좋지않은) 수능이 끝나고 어느덧 13일이 지났다.
이제 원서를 쓰기위해 상담을 하고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있다.
원래 가고싶던 곳과는 격차가 꽤 크다. 참 아쉽고 후회도 된다.
하지만 후회해도 어쩔수 없는거 같다.
\'수능 끝나도 좋을거 없다\' 이런말 절대 안믿었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그때가 더 좋았던거같다.
나도 수능을 보니
지금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싶다.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그때...
바로 그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이제 1년 정도 남았는데
수능 끝나고 \'난 1년동안 내 모든 노력을 퍼부었다\'라고 회상할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지루한 장문을 다읽어주신 소수의 분들께 감사드리며
내년에는 이루고자하는바를 모두 이루시게 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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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안으로 들어갈때 우리학교 후배들이 큰소리로 응원을 해준다.
난 순간 소름이 확 돋았다. 눈에 습기가 약간 찼다. 이때가 가장 실감났던거같다.
완전 동감...
하하..후배들이 제대로 응원도 안한 우리학교..참 좋음 ㅋ
확실히 수능끝나도 좋을건 없더군요.. 잘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나 망친 사람들은...;;
전 응원듣고 들어가다 울었습니다 ㅇㅅㅇ;
초공감 ㅋㅋㅋ 사탐 선택과목은 다르지만, 제가 느꼈던거랑 90%가량 일치하는걸요. ㅋㅋㅋ
우리는 우리학교애들만 나와서 민망 ㅋㅋㅋ
그래도 친한쌤이 응원나와서
아 정말 눈물나더라구요 ㅠㅠ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때 가 정 말 뒤돌아보면 좋은 추억이죠 ^^
지금 할짓없이 집에서 빈둥빈둥 대려니 미치겠습니다 -_-; 사람이란 목표가 있어야 하는법 ;